반도체 산업 전망 전문가 종합 진단
AI발 수요 폭증…"사이클 무의미"
2030년까지 2200조 규모 성장 전망
삼성, 하이닉스 중심 구조로 변화

인공지능(AI) 수혜에 힘입어 글로벌 테크 산업의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인 '3년 주기설'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 2027년 이후까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글로벌 테크 시장의 주도권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간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통상 2~3년 주기의 교체 수요에 따라 움직이며, 이번 '슈퍼사이클' 역시 2027년을 정점으로 꺾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금껏 접해 보지 못한 시장 열려"… '삼전·닉스' 글로벌 테크 주도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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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I 확산에 따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발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기존과 같은 사이클 개념으로는 업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AI 투자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AI 거품론'도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반도체 수요 역시 2027년 이후까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 전반에서 시장 전망이 낙관적으로 전환됐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이 2030년 1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킨지앤드컴퍼니도 같은 흐름을 제시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2030년 1조6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성장의 핵심은 AI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로 각각 62%와 3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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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하이닉스 공급자에서 갑의 위치로"

이처럼 AI 중심의 구조적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산업이 과거와 같은 '호황-불황'의 반복보다는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AI는 교체 주기가 없기 때문에 사이클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는다"며 "PC, 휴대폰 중심 시장과 달리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수요가 줄어야 반도체도 꺾이는데 당분간은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도 "HBM은 고객 수주형이고, AI 수요가 계속되는 한 반도체 요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군사 무기 체계 등 AI 반도체의 쓰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엔비디아 등 현재의 AI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 중심 구조로 주도권이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회준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소수의 빅테크가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하던 일을 회사마다 AI 추론 컴퓨터 하나씩 장만해서 돌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자연히 전체 대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그만큼 범용 메모리 수요도 폭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엔비디아에서 삼성, SK하이닉스로 주도권이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라며 "삼성과 하이닉스가 단순 공급자에서 갑의 위치로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하고 SK하이닉스를 직접 만난 것은 메모리 업체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잠정 실적에서 5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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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AI로만 오른다"…상승 정체 우려도

AI 수요가 반도체 업황을 견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상승세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로, 투자 여력에 따라 업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용 IT 기기 수요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비싸진 스마트폰과 PC 등으로 교체 수요가 둔화하면서 AI 수요에만 더욱 의존하게 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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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장은 상승세가 계속되겠지만 언제든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내년 말 정도엔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망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영향으로 2027년 2분기에는 상승률이 10% 이내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2030년 이후 'AI 학습'에서 'AI 추론'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 오면 반도체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2030년 정도쯤 되면 AI 학습보다 AI 추론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슈퍼사이클이 계속 갈지는 불투명"이라며 "추론에선 HBM보다 범용 메모리들이 더 많이 쓰이면서 지금과 같은 정도의 엄청난 이익을 보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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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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