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 에너지자립도 22.1%…OECD 38개국중 35위
에너지 공급량 중 국내 생산량 비중
원전 포함…제외 시 4.6%에 불과
전문가 "종합적 에너지 대책 필요"
우리나라의 에너지자립도가 2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8개국 중 35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자립도는 에너지 생산량을 에너지 총공급량으로 나눈 값으로 원자력발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자립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자립도는 22.1%로 나타났다. 2020년 19.6%, 2021년 18.4%, 2022년 20.7%, 2023년 21.4% 등 해마다 조금씩 올라갔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OECD 38개국 중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아일랜드(21.2%), 일본(16.4%), 룩셈부르크(11.5%)뿐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반면 노르웨이(839.6%), 호주(335.4%), 캐나다(196.2%), 미국(111.7%) 등 자원 부국은 100%를 크게 웃돌았다. 자국 내 생산 기반 유무에 따라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구조다. OECD 중앙값은 53.3%로 나타났다.
IEA에서 정의하는 에너지자립도(self-sufficiency)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총에너지공급량(TES)으로 나눈 값이다. 이때 국내 생산에는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1차 에너지와 바이오 연료, 폐기물, 원자력, 수력, 지열, 태양광, 풍력, 히트펌프 등을 포함한다. TES는 국내 에너지 생산량에 에너지 수입·수출·재고량을 가감해 구한다.
우리나라 에너지자립도가 낮은 것은 근본적으로 분모가 되는 1차 에너지의 수입량이 많은 데 반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나마 원전을 제외할 경우 국내 에너지 자급률은 4.6%까지 떨어진다. 사실상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총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며 "화석 연료, 원전을 포함해 전체적인 에너지 안보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립률 84% 中보다 더 큰 경제 충격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 중 하나로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중국이 거론됐다. 에너지 운송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이란산 원유를 138만배럴을 수입했다. 이는 해상을 통한 전체 수입의 13.4%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다. 중국이 미·이란 전쟁으로부터 비교적 충격이 덜한 것은 에너지 자급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5억7800만t의 원유를 수입해 수입 의존도가 76%에 달한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남짓으로 크지 않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필요한 석탄은 대부분 중국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현하고 있다. 중국석유공사 경제기술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에너지 자급도는 84.4%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산업, 발전, 수송, 난방 등 각 분야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는 전체 공급량의 22.1%에 불과하다.
IEA 및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에너지 총공급량은 281.463Mtoe(석유환산메가톤)인데 이 중 국내 에너지 생산량은 62.224Mtoe에 그쳤다.
"원전 빼면 韓 자립도 4.6%…종합적 에너지 대책 필요"
국내 생산으로 분류되는 에너지원을 살펴보면 원자력이 4만9181ktoe(석유환산킬로톤·약 49Mtoe)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한다. 바이오 연료 및 폐기물 6961ktoe, 재생에너지 3697ktoe 등이다. 원전을 제외할 경우 국내 에너지 자급률은 4.6%까지 떨어진다.
미국·이란 간 전쟁으로 국내 에너지 안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주권 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화석연료 수급 위주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 '전기국가'로 탈바꿈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력 공급 체계를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구조, 수송, 건물 등 모든 것을 전기화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기본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당장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과제는 될 수 있어도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당장은 대내적으로는 에너지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정 에너지원을 배제하는 정책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교수도 "다양한 에너지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난방과 수송에서 여전히 화석 연료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해외 자원 개발과 지분투자를 통해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기저 전원으로서 원전과 석탄 발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전기화에 필요한 희토류 등 광물 자원 확보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전이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정책에서 빠진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완성할 수 없다"며 "원자력이 충분한 규모로 참여할 때만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전력 요금 안정, 산업경쟁력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獨 자급률 33.1%…원전국 프랑스 59.6%
해외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는 독일의 에너지 자급도는 2024년 기준 33.1%로, OECD 중앙값(53.3%)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 에너지 생산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이오연료,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체의 67.5%다. 석탄의 비중도 여전히 25%에 달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의 결과 에너지 자급도는 영국 61.2%, 프랑스 59.6%, 폴란드 54.9% 등 다른 나라에 미치지 못했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총 에너지 생산량에서 석유(36.07%), 천연가스(30.09%) 등 화석연료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은 21.7%로 독일보다 낮으며 원자력이 12%로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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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량이 거의 없는 프랑스는 에너지 생산의 76.2%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비중은 23.2%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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