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오가는 범죄' 잡는 그녀…"서민 물가 올리는 담합, 실제 행위자 처벌해야"[인터뷰]
나혜윤 서울중앙지검 공조부 검사
숨은 행위자들, 역할 나눠 범행
담합근절 위해 엄정 처벌 필요
수십조원 오가는 범죄 추적…인력 충원 절실
"담합은 흔히 기업 범죄로 불리지만, 결국 법인 뒤에 숨은 개인 행위자들이 역할을 나눠 범행을 완성합니다. 담합 관행을 끊으려면 실제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형사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세계적 추세입니다"
최근 밀가루, 설탕, 전분당 등 국민 생활필수품의 가격 담합과 거대 숙박 플랫폼의 '갑질' 사건 등 굵직한 민생경제 범죄 수사를 이끌어 온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의 나혜윤 검사는 공정거래 사범 엄단에 대한 의지를 이같이 밝혔다. 2015년 신설된 공조부는 검찰 내 유일한 공정거래 전문 부서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과 자체 첩보 등을 단서로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이와 연관된 많은 기업 범죄를 수사한다.
◆ 은밀한 짬짜미와 증거 인멸…"강제수사로 실체 규명"
담합 범죄는 관련자들이 은어를 사용하거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일시·장소만 정한 뒤 구체적인 내용은 숨기는 등 수법이 매우 은밀하다. 나 검사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장기간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은폐할 때, 검찰은 신속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다"며 "경쟁사 실무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맞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검사실에서 동시에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사실에서는 관련자들이 담합을 위해 모였던 식당 사진이나 메모 등을 직접 제시하며 굳게 닫힌 입을 열게 하고 사실관계를 복원한다.
형사 처벌을 위한 공조부 수사는 행정 목적의 공정위 조사와 그 역할이 구분되지만, 관여자 수가 많고 파급효과가 큰 사안에서는 검찰이 투입돼 신속하게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나 검사는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공정위에 공유해 행정처분 및 관련 소송에 활용되도록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형사 처벌을 위한 공조부 수사는 행정 목적의 공정위 조사와 그 역할이 구분되지만, 관여자 수가 많고 파급효과가 큰 사안에서는 검찰이 투입돼 신속하게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나 검사는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공정위에 공유해 행정처분 및 관련 소송에 활용되도록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 "낮은 법정형 상향하고 부당이득 환수 규정 신설해야"
수십조 원이 오가는 거대 기업 범죄를 쫓고 있지만, 수사 현장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현재 공조부 인원은 나희석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7명에 불과하다. 나 검사는 "기업 1곳당 관여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 데다 분석해야 할 회의 자료나 이메일이 방대하다"며 "압수수색 현장에 수사팀 인원보다 법무법인 변호인들의 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사범에 대한 실효적 대응을 위해서는 인력 충원 및 전담 조직 신설이 절실하다"고 했다.
제도적 보완의 시급성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범행의 최고 형량은 '3년 이하 징역'으로 미국(10년 이하), 캐나다(14년 이하)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특례조항' 신설도 시급하다. 나 검사는 "징역형은 물론 벌금형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등 개인들의 실질적인 범행 가담 의지를 꺾기 위한 강력한 형사 대응 체제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자본시장법의 손해액 추정 규정처럼, 담합 사실이 입증된 경우 매출액의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추정하는 방식의 법 개정이 신속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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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보람은 분명하다. 나 검사는 "오랜 기간 답습돼온 담합 구조를 밝혀내고 물가가 안정됐을 때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장 질서 훼손 범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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