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경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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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 사람은 계속 기회가 오는 걸까."


채용 현장에서 수많은 후보자를 만나며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비슷한 연차, 비슷한 경력인데도 어떤 이는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고, 어떤 이는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멈춰 서 있다.

청나라 포송령의 소설집 '요재지이'에 나오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처럼 '운'이 중요하긴 하나, 오랜 기간 10만건이 넘는 이력서를 마주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기회는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같은 사람에게 찾아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운이 아니라 과거에 의도된 '행동(behavior)'의 결과였다. 대다수 사람은 주어진 일을 성실히, 그리고 '곧잘' 해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 1년, 2년 주어진 일을 이전의 방식처럼 계속할 따름이다.


반면 어떤 사람은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르게 쓴다. "이 과정은 이렇게 바꾸면 더 효율적입니다" "이 데이터는 다음 프로젝트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라며 작은 개선을 반복하고,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차곡차곡 기록한다. 경험의 밀도를 높여 1년을 10년처럼 보낸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그저 '경력 10년'으로 적힌다면, 후자는 '10년 동안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온 사람'이라는 선명한 정체성으로 표현된다. 이미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다. 5년을 일해도 뛰어난 성과와 전문성으로 업계의 인정을 받는 인재가 차고 넘친다. 경험의 밀도가 경력 기간을 압도하는 시대인 것이다. 채용하는 쪽은 '설명 가능한 사람'을 선호한다. 자신의 지난 행동 결과를 자기만의 언어로 정의할 줄 아는 사람. 이 사람을 채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가치를 더할지 명확히 그려지는 사람이다. 내적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설명되지 않으면 기회는 오기 어렵다.

인공지능(AI) 연구기관 앤스로픽(Anthropic)이 올해 발표한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등장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20대 초반 신규 채용률이 약 14% 감소했다. 처음부터 뽑지 않는 AI 시대에 경력 전문직의 차별성은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열심히 했다'는 기억은 휘발되지만 '이런 행동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기록은 남는다. 즉, 커리어의 문이 좁아지는 시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자신이 만들어온 성과를 선명한 언어로 꾸준히 기록하고 리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경험의 차별화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의 업무를 그저 '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나만의 로직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자신만의 성장 구조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오늘 행동의 작은 차이가 몇 년 뒤에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기회를 받는 사람'을 구분한다.


필자가 본 K우먼톡 기고를 시작한 지도 3년 반이 훌쩍 넘었다. 그간 기고한 칼럼 내용을 포함, 수만 장 들여다본 이력서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을 관찰해 온 기록들을 최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 필자 역시 하루하루 기록된 채용의 가교 역할의 경험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베테랑 헤드헌터로서의 성장 구조를 찾아가는 도전을 하고 있다.


운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설명하는 구조는 오늘부터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이력서에는 자신에 대한 어떤 설명이 담겨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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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경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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