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 문제의 대부분 서울에서 발생
통계 실효성 있게 제대로 해석하고
단기·중기 처방책도 종합·병행해야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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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부부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숫자를 들여다보면 막막함이 먼저 온다. 지난해 전국 혼인 건수는 24만건이다. 서울만 연간 4만9374쌍이 혼인신고를 했다. 매달 4000쌍이 넘는 새 가구가 서울에서 탄생했다. 이 신혼 가구들이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려 할 때 주택시장이 내미는 답은 냉혹하다.


서울 주택보급률은 93.9%(2024년 기준)로 전국 시·도 가운데 최하위다. 서울은 415만9500가구에 주택 수는 390만7600호여서 주택이 25만호 넘게 부족하다. 주택보급률 100%는 가구마다 집 한 채씩 돌아가는 기준선이니 지금 서울엔 구조적으로 25만가구분의 집이 모자라다.

이 수치에 서울시는 이의를 제기한다. 주거용 오피스텔 26만5000호를 주택 수에 포함하면 사실상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100.3%가 된다는 것이다. 언뜻 그럴싸한 반박이다. 그런데 이 논리라면 반대로도 적용된다. 주택보급률 통계 안에는 이미 반지하가 포함돼 있다. 서울에서 반지하 거주자는 22만8000여가구에 이른다.


서울시가 오피스텔을 집으로 쳐서 주택보급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정작 통계 안에는 침수 위험에 노출된 반지하 가구가 집으로 버젓이 산입돼 있는 셈이다. 쪽방이나 고시원을 굳이 더하지 않아도, 현재 서울 주택보급률 통계는 거주 적합성이 낮은 주거 형태를 상당 부분 집으로 계산하고 있다.

비선호 거주 유형 중 하나인 다가구 셋방은 또 어떤가. 서울의 주택 유형 중 다가구주택 비중은 23%다. 서울 415만9500가구 중 91만5000가구는 다가구주택에 산다.


주택보급률 얘기를 꺼낸 건 이 통계의 해석에 따라 정책의 출발점과 지향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이 낮다고 해석한다면 입체적이고 적극적인 공급 정책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가수요 억제나 투기 수요 차단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국내 부동산·주택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정책 논쟁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발생한다. 서울로의 인구·일자리 집중으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 변동, 전·월세 불안, 청년·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좌절이 모두 서울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반지하·옥탑·고시원 등 비정형·저질 주거의 밀집도 서울을 무대로 벌어진다.


서울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경기·인천으로 밀려나도, 직장은 서울에 그대로 남아 통근만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주거 문제가 수도권 전역의 삶의 질 문제로 번지고 있고 그 진원지는 또한 서울이다. 원하는 주택 보급이 안되니 집값이 잡힐 리도 없다.


이 가운데 서울의 공급 절벽은 기초적 수요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투기나 투자자들의 과잉 수요만 탓할 일이 아니다. 수요 억제와 대출 규제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통계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결국 지금 서울에는 단발성 처방, 중기적 공급 대책, 공급시스템 전반의 재설계가 동시에, 모두 필요하다. 서울시가 획기적인 공급 정책을 내놓고도 정작 일을 처리할 담당 공무원 부족이나 인허가 절차상 병목으로 사업 추진이 늘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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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속도를 높이자고 제도를 새로 만들고, 절차를 대폭 단축해 놨는데 이를 악용하는 업자들에게 휘둘려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줄 새고,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특히 공급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고, 각 단계에서의 병목 발생 원인 진단과 해소가 필수적이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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