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흑색선전 아닌, 교육비전 제시해야"
40년 만 통합 선거…'혼탁 양상' 우려

11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신대학교 인근에서 만난 국어교사 A씨(49)의 표정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깊게 서려 있었다. 40년 만에 광주와 전남의 교육 행정이 하나로 묶이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축제 분위기보다 과열 경쟁에 대한 경계심이 먼저 읽혔다.


이러한 우려는 전날 김대중 전남교육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며 ▲김대중 ▲이정선 ▲강숙영 ▲김해룡 ▲장관호 ▲정성홍 ▲고두갑 ▲최대욱 등 총 8명의 대진표가 최종 완성되면서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위 왼쪽부터) 강숙영, 고두갑, 김대중, 김해룡. 장관호, 정성홍, 이정선, 최대욱

(위 왼쪽부터) 강숙영, 고두갑, 김대중, 김해룡. 장관호, 정성홍, 이정선, 최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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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과 광주를 아우르는 '초대 통합특별시교육감'이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두고 유례없는 8파전 다자구도가 형성되자, 지역 사회 내에서는 선거전이 자칫 '혼탁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노심초사가 퍼지고 있다.


"비방전 조짐 보이면 안 돼"…교육 수장의 남다른 도덕성 요구

지역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가 일반 정치권의 선거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인들이 정파적 이익을 좇아 공방을 벌이는 일반 선거와 달리,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 의식을 심어줘야 하는 '교육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는 네거티브 방식은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배려와 존중, 정정당당한 경쟁이라는 교육적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맹목적인 폭로전이나 인신공격으로 당선된 수장이 교단과 학생들 앞에 서서 도덕성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제기되는 이유다. 광주ㆍ전남 지역민들 역시 도덕성 검증을 핑계로 한 '대안 없는 발목 잡기'를 강하게 경계했다.


전남 순천의 한 학부모는 "교육 수장을 뽑는 자리인 만큼 후보들이 정당 선거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로 품격을 지켜야 한다"며 "상대를 깎아내려 표를 얻으려는 유치하고 비교육적인 방식은 결코 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8인 다자구도 속 단일화 셈법…"계산기 대신 '청사진' 제시해야"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인 후보 간 단일화 논의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 역시 엄격하다.


?최근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단순한 표 분산을 막기 위한 '계산기 두드리기'를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선거 비용 보전이나 세 불리기 식의 정치공학적 결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남과 광주라는 상이한 교육 환경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합의 청사진'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권자들이 이토록 강하게 '클린 선거'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이번 선거가 지닌 막중한 상징성이 자리한다. 농어촌 소멸 위기와 도농 간 학력 격차 해소 등 두 지역이 마주한 굵직한 생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과거를 들추는 소모적인 논쟁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한 유권자는 "교육감은 아이들에게 포용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쳐야 할 실천적 모델이다"며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진영 논리에 편승하는 행태는 교육의 중립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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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통합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상대를 헐뜯어 쟁취하는 전리품이 아니라, 지역 교육의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해 부여받는 엄중한 책무다. 본격적인 레이스를 앞두고 "네거티브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바닥 민심의 준엄한 경고에, 각 후보들이 어떤 무게감 있는 정책과 비전으로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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