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생생하게 생각나요"…17세 소녀가 아무것도 잊지 못한다는 '이 증후군'은
자전적 기억 과도하게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
영국에 사는 17세 소녀가 과거 기억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떠올려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을 진단받았다.
최근 영국 더선은 TL이라는 17세 소녀가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매우 드문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TL의 사례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로케이스'(Neurocase)를 통해 알려졌다. TL은 특정 날짜를 떠올리면 그날의 날씨나 주변 풍경, 감정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한 장면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경험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100명도 채 되지 않을 만큼 드물다. 이 증후군은 기억과 감정을 함께 경험하듯 떠올리게 된다. 즉,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기억까지도 잊히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과 관련된 기억을 유난히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TL의 경우 이 수많은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독특한 정리 체계인 '기억의 궁전'을 만들었다.
TL은 "개인인 추억들은 천장이 낮은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하얀 방'에 담겨 있다"며 "바인더에 주제별, 시간 순서대로 기억을 정리해 둔다. 여기에는 가족생활, 휴일, 친구, 심지어 봉제 인형 컬렉션에 관한 바인더 등 취미까지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에피소드를 떠올리기 위해 바인더를 머릿속으로 훑어본다"며 "어떤 기억들은 문자메시지나 사진 형태로 저장되어 있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발렌티나 라 코르테 파리 시테 대학교 신경과 전문의는 "과잉기억증후군은 분명 독특한 능력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억이 갑작스럽게 떠오르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슬픔이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는 불안이나 우울, 강박적 사고 같은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TL은 "(머릿속의) 바인더에 주제별, 시간 순서대로 기억을 정리해 둔다. 여기에는 가족 생활, 휴일, 친구, 심지어 봉제 인형 컬렉션에 관한 바인더 등 취미까지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과잉기억증후군은 매우 드문 질환인 만큼 원인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며, 장기적인 영향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정 뇌 영역에서 과잉 활동이 나타난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진단 방법 등은 없는 현실이다. 또 일부 연구자들은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와 강박장애 환자가 모두 뇌의 특정 영역에서 구조적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런데도 둘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잉기억증후군은 현재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실이나 슬픔 같은 경험도 선명하게 반복해서 떠올리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상담 치료를 받거나 스트레스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TL 역시 특정 기억을 따로 '보관'하거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조절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 "아빠, 다녀올게" 마지막이 된 출근길…세 ...
한편 2021년 호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레베카 샤록 역시 살면서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 대부분을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의 모습까지 기억해내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는 괴로울 때마다 소설 '해리포터'의 구절들을 떠올리며 진정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