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원 세브란스병원 교수 "치료 핵심은 안압 낮추기"
국내환자 5년새 25% 증가…40세 이하 환자도 14만명
'소리 없는 시력 도둑'…고도근시·디지털기기 사용 등 원인

녹내장은 세계적으로 '비가역적 실명' 원인 중 1, 2위를 다투는 위중한 질환이다.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없다 보니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리기도 한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녹내장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녹내장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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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다빈도질병 통계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는 2019년 약 97만명에서 2024년 약 122만명으로 불과 5년 만에 25% 이상 급증했다. 특히 그간 주로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40세 이하 녹내장 환자도 약 14만명에 달할 만큼 젊은 층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수는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고도 근시 환자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30~40대에서도 녹내장 환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녹내장은 눈이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높은 안압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하는데, 보통 주변부부터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된다. 배 교수는 "일반적인 녹내장은 주변부 시야부터 서서히 줄어드는데, 두 눈으로 볼 때는 서로의 시야를 보완하기 때문에 중기까지도 본인이 느끼기 어렵다"며 "스스로 이상을 느낄 정도면 이미 말기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경고했다.

흔히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녹내장 관련한 국내 대표적인 역학연구인 '남일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약 77%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인데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한 '정상안압 녹내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안압 수치만으로는 녹내장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배 교수는 "안압이 정상인데도 망막신경절 세포가 죽어 녹내장성 손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며 "시신경의 모양을 확인하는 안저 사진 촬영이나 시신경 섬유층의 두께를 측정하는 OCT(안구광학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초기 녹내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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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원인으로 배 교수는 '높은 근시 유병률'을 지목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안구의 길이가 앞뒤로 길어지는 고도 근시 환자가 많아졌고, 시신경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 교수는 "안구가 길어지면 시신경을 지지하는 조직들이 팽팽하게 당겨져 얇아지게 된다"며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안과 검진을 통해 우연히 녹내장을 발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녹내장 치료 중 가장 확실하게 입증된 방법은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다행히 환자의 80% 이상은 안약 사용만으로도 적절한 안압 관리가 가능하다. 안약으로 조절이 안 될 경우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며, 최근에는 '젠(XEN)'과 같은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MIGS)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녹내장 수술은 나빠진 시력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안압을 조절하는 수술인 만큼 남아 있는 시력을 평생 유지할 수 있도록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배 교수는 "백내장은 우리 눈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흐려지는 병으로, 수술하면 거의 100% 회복되지만 녹내장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시신경이 망가지는 것이라 회복이 안 된다"며 "백내장이 '흰머리' 같은 노화 현상이라면, 녹내장은 '당뇨'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환자 스스로 관리와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배 교수는 "통증이 없다고 안약을 거르지 말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안약을 넣는 것만으로도 실명의 위협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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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의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정기 검진 또한 중요하다. 동네 안과에서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안저 사진 한 장만으로도 녹내장 의심 여부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배 교수는 "40세 이상이거나 녹내장 가족력,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혹은 고도 근시가 있다면 일 년에 한 번은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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