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부터 준비해야지"…日 '웰다잉 산업' 54조원 [주末머니]
日고령사회 필연적 방식인 '종활'
장례부터 디지털 유산까지 시장 재편
일본 내 '종활'(終活) 산업 생태계가 약 5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가족이 해주던 시대는 끝"… 실속 챙기는 장례 플랫폼의 부상
종활이란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설계하는 문화를 말한다. 대학생들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취업 활동(취활)을 하듯,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이 후회 없는 마무리를 위해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최근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지난해 기준 종활 산업 생태계는 5.6조엔(약 5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엔 장례식이 가문의 위세를 뽐내는 화려한 행사였다면, 이제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모시는 '가족장'이 대세가 됐다. 실제 일본의 일반장 비중은 2015년 59%에서 2024년 30%로 반토막 난 반면, 가족장은 50%를 기록하며 주류가 됐다. 평균 장례 비용도 184만엔에서 119만엔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나미선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처럼 가족이 자연스럽게 장례와 재산을 정리해주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틈새를 공략한 기업이 장례 매칭 플랫폼 가마쿠라 신쇼다. 이 기업은 정보 비대칭이 심했던 장례 시장에 온라인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비교 서비스를 도입해 상담 건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정찰제 가격을 도입한 티어와 전통의 강자 산 홀딩스가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종활은 이제 스마트폰 속 디지털 유산 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의 70대 스마트폰 보급률이 71.9%에 달하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이나 구독 서비스, 가상자산 처리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후 메시지를 전달하는 '라스트메시지'나 AR(증강현실)로 추억이 담긴 특정 장소 등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스마보' 같은 엔딩 테크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웰다잉' 시대… "마무리를 준비하는 사회"
한국의 상황도 일본과 판박이다. 지난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한국의 화장률은 95%를 넘어섰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도 320만명을 돌파했다. 1인 가구 비중이 35%를 넘어서면서 '혼자 준비하는 죽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나 연구원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 충실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종활이 단순한 산업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임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상조와 신탁, 디지털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특히 단순 서비스를 넘어선 데이터 경쟁력이 엔딩 테크의 본질로 꼽힌다. 60대부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사망 전까지 약 20~30년간 고객의 건강, 자산, 가족 정보가 고스란히 쌓이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장례 서비스 유도는 물론 유언신탁이나 금융상품 판매로 연결되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BTS 월드투어에 400만 온다"…하이브, 지금이 진...
나 연구원은 "이 영역에서 정보를 연결하고 표준화하는 플랫폼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60대부터 시작된 관계는 20~30년에 걸쳐 이어지며 데이터로 축적된다. 디지털 유산, 사전 의사, 가족 정보 등이 포함된 이 데이터는 상품 추천, 서비스 연결, 금융 설계로 확장되며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장례 대행을 넘어 고객 생애 가치(LTV)를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핵심이란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