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립 외치던 그날의 경찰들, 왜 침묵하나
총경회의 참석자들, 경무관 승진 대거 약진
수사 독립성 보장 위해 정권에 반기 든 이들
수사구조 개편 앞두고 종속 우려에는 잠잠
"제대로 보은받은 거지. 이제 충성을 다할 차례 아니겠어?"
경찰청은 지난 3일 총경 28명을 경무관 승진 예정자로 내정했다. 명단을 읽어 내려가던 한 경찰 간부는 자조 섞인 두 마디를 내뱉었다. 경무관은 경찰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절반 넘는 16명이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립에 공개 반대하는 '총경회의'에 참석했거나 지지 의사를 밝혔던 인사다. 수사 독립성을 요구하다 좌천됐던 이들에게 마땅한 명예회복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경찰은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공룡 수사기관으로 거듭난다. 경찰 출신으로 상당수가 채워질 가능성이 큰 중수청도 행정안전부에 속한다. 사실상 모든 수사가 행안부 장관의 시야 아래 놓인다. '정권의 칼'로 쓰이기에 이보다 완벽한 구조는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국가수사본부장이 되면 수사는 아무런 통제도 안 받고 자기 마음대로 하느냐"며 "검찰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데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국수본은 애초 설립부터 경찰청장 지휘까지 차단했다.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말처럼 경찰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수사기관 간 균형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지휘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 경찰은 4년 전 총경회의를 소집했듯이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법하다. 그런데도 수사권 조정으로 검경이 다툰 이래 가장 조용하다.
민주당이 강행하는 사법개혁의 핵심은 검찰을 없애 수사권을 경찰에 완전히 넘기고, 재판소원으로 헌법재판소에 4심 권한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찰이 검찰보다 수사를 더 잘하고 더 공정할 거란 1차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의 공천헌금 수사가 반년 넘게 지지부진하다는 게 대표적이다.
총경회의가 열렸던 경찰인재개발원에선 지난해 11월 전시대 제막식이 열렸다. 회의 참석자 55명과 지지자 등 364명의 이름을 명판에 새겨 무궁화 모양으로 배치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거듭 강조하며 "총경회의는 역사적 행동이었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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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은 진실을 좇아 사실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권력에 따라 잣대가 흔들리는 순간 정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앞두고도 입을 다문 경찰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정권의 경찰 장악을 우려하며 들고 일어났던 그날의 경찰들이 지금은 왜 조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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