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첫 사례…1㎜ 생명체 해부해 5억년 동물 진화 비밀 푼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물곰(완보동물)'을 연구해온 젊은 과학자가 정부의 초장기 기초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해양수산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으로는 첫 사례로, 1㎜도 안 되는 미세 생명체의 내부 구조를 정밀 해부해 5억년 전 캄브리아기 화석과 연결하는 도전적 연구가 본격화된다.


극지연구소는 김지훈 연수연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사업에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업은 박사학위 취득 15년 이내의 젊은 연구자 가운데 잠재력이 큰 인재를 뽑아 최대 10년간 약 2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장기 지원 제도다. 매년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30명 안팎만 선발된다.

김지훈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이 남극에서 활동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김지훈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이 남극에서 활동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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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정은 해수부 산하 출연연 연구원으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김 연구원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극지연구소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라는 점에서, 극지연이 현장 연구와 대학원 교육을 결합한 국가연구소형 인재 양성 모델의 성과를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완보동물 전문가다.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생물로 잘 알려진 물곰 연구를 통해 그린란드 이끼에서 신종 완보동물을 발견했고,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새로운 감각기관도 찾아내며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축적해왔다.


이번 과제의 핵심은 '중형동물군 연구기반 구축과 화석동물 비교를 통한 초기 진화 연구'다. 완보동물을 포함한 중형동물은 몸집이 1㎜ 미만으로 작아 기존 현미경 기반 방식만으로는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김 연구원은 중형동물의 정밀 해부 기술과 구조 데이터를 체계화한 뒤 약 5억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화석 데이터와 직접 대조해 초기 동물의 기원과 진화 경로를 규명할 계획이다.

남극세종기지 인근에서 발견, 실험실에서 번식에 성공한 신종 물곰(완보동물) '닥틸로비오투스 오비뮤탄스(Dactylobiotus ovimutans).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세종기지 인근에서 발견, 실험실에서 번식에 성공한 신종 물곰(완보동물) '닥틸로비오투스 오비뮤탄스(Dactylobiotus ovimutans). 극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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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오늘날 살아 있는 초미세 동물의 몸속 구조를 '살아 있는 진화 기록'처럼 읽어내 화석으로만 남아 있던 초기 동물 진화의 빈칸을 메우겠다는 접근이다. 기존 고생물학이 화석 형태에 의존했다면, 현생 생물 해부학을 정밀하게 연결해 진화의 연속성을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크다.

김지훈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은 "1㎜도 안 되는 작은 생명체 안에 5억년이라는 거대한 진화의 역사가 감춰져 있다"며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고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가 주목할 초기 동물 진화의 비밀을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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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한우물파기 사업 선정은 연구소의 기초과학 역량이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결실"이라며 "젊은 연구자들이 기존 틀을 깨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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