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제는 인프라다③]정책이 만든 전환 가속…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의무'
자금 지원 넘어 운행 환경까지 정책 지원
급속 충전으로 인프라 구축 전환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가격 인하, 주행거리 개선, 소비자 인식 변화로 시장은 이미 전기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수요 촉진, 공급 압박, 인프라 구조 전환이라는 정책 3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전기차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굳어지는 국면이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정책이 그 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시행되는 정책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해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운행 제한을 받는다. 보조금 지원을 넘어 실제 운행 환경에서도 전기차 우대 기조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전기차 중심의 정책 방향은 이제 일상의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전기차 전환지원금 신설…교체 수요까지 흡수하는 직접 전환 촉진
매년 감소하던 구매보조금이 올해는 유지됐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전환지원금'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실질적인 구매 인센티브는 한층 강화됐다.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판매한 뒤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국비 최대 100만원, 지방비 최대 30만원(서울시 기준)이 기존 보조금과 별도로 지급된다.
이는 단순한 보조금 확대가 아니다. 기존 정책이 신규 구매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전환지원금은 이미 내연기관차를 보유하고 있는 수천만명을 정책의 직접적인 전환 대상으로 설정한 첫 사례다. 정부가 신규 수요 창출을 넘어 기존 내연기관차 보유층을 전기차 생태계로 직접 유입시키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한 것이다. 향후 정부의 추가 보급 정책과 유가 변동성이 맞물릴수록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편성한 30만대 규모의 보조금 예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가운데, 정부는 '국비 우선 지원 및 사후 정산 방식'을 도입해 보조금 지급 공백을 해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된 이후에도 전기차를 계약한 구매자는 국비를 통해 지방비를 포함한 보조금 전액을 우선 지원받을 수 있으며, 초과 지급된 국비는 추후 지방정부와 정산된다.
내연기관차 판매 패널티 부여…전기차 확대를 판매사의 법적 의무로
공급 측면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1월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관련 행정규칙에 따라 자동차 판매사는 연도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하며, 미달 시 '저공해자동차 보급 기여금'을 부담해야 한다. 무공해차 보급 목표치는 2026년 24%에서 시작해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기후부는 2026년 상반기 중 K-GX(대한민국 녹색전환)비전 발표를 예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핵심은 산정 방식의 변화다. 개정 이전에는 휘발유차 1대 판매를 전기차 0.6대로 인정하는 방식 덕분에 실질적인 기여금 부과 사례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내연기관차의 실적 산정 비율이 '0'으로 수정되면서 규제가 즉각적인 실질 수단으로 전환됐다. 2028년부터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통한 실적 달성도 불가능해진다. 자동차 판매사 입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목표를 20% 미달할 경우 2030년 기준 약 5100억원 규모의 기여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사실상 내연기관 판매에 대한 구조적 페널티 체계"로 해석하고 있다. 소비자가 움직인 시장에 공급자인 판매사까지 법으로 끌어들인 구조, 수요와 공급 양방향 압박이 완성된 것이다.
완속 인프라 의무설치 종료…급속 충전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
인프라 제도 변화 역시 같은 궤적 위에서 전개됐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른 완속충전기 중심의 의무설치 이행강제 유예기간이 지난 1월 종료되면서, 완속 중심의 '의무 설치 시장'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초기 보급 확대를 견인했던 제도적 수요가 점차 소멸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는 지난 1월 전기차 충전기를 법정 의무 기준 대비 50% 이상 초과 설치할 경우 허용 용적률을 최대 20% 추가 제공하던 인센티브 제도를 종료했다. 그 결과 완속 충전기 추가 설치를 유도하던 정책적 장치마저 사라지게 됐다.
공동주택이 79.6%를 차지하는 한국의 주거 환경을 감안하면, 완속 인프라의 물리적 확장 여지는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설치 감소가 아니라, 의무·보조금 중심의 공급 확대 단계에서 수익성과 운영 효율 중심의 시장 단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충전 회전율을 높여 인프라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급속 충전소 중심의 충전패턴 전환은 필연이다. 급속 충전 시장은 대규모 초기 투자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시장은 이미 채비·SK·롯데 중심의 빅3 구도로 재편되었다.
전기차 전환의 속도는 충전 인프라가 결정한다
정책 3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지금, 전기차 전환은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전환의 속도를 실제로 결정짓는 것은 차량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다. 얼마나 많은 전기차가 팔리느냐보다, 그 차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느냐가 보급 속도의 임계점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채비는 이 구조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공공 급속충전시설 납품 물량의 약 60%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운영 품질도 수치로 증명된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공공 급속충전시설 고장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채비의 평균 고장률은 SK시그넷·롯데이브이시스 대비 2배 낮았고, 고장 발생 시 평균 조치 기간도 1.5배 빨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깔고, 가장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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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 산업은 더 이상 전기차의 보조 영역이 아니고 전기차 전환을 실제로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특히 압도적인 구축 레퍼런스, 운영 품질, 핵심 입지를 동시에 확보한 채비가 이 구조적 전환의 수혜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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