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전원일치' 기준금리 동결…5월 전망서 물가 '상당폭 상향조정' 예고(종합)
10일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이란전쟁 후 고유가와 고환율, 물가 우려 작용
시장선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 짙어져
종전 후에도 갈등 가능성…물가 전망 상향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임기 만료 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2.50%로 유지됐다. 전원 일치 동결 결정이다. 이로써 지난해 7, 8, 10, 11월과 올해 1, 2월에 이어 7회 연속 금리 동결이 이뤄졌다. 이번 결정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와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이 작용했다. 금통위는 다음 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예상(2.2%) 대비 상당폭 올려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 역시 종전(2.0%) 대비 하향 조정이 예고됐다.
이란 전쟁에 1500원 뚫은 환율…신중론 강화, 7회 연속 금리 동결
10일 한은 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2.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앞서 진행된 아시아경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3명 전원이 이달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이 중 12명은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통해 "중동전쟁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달 동결은 사실상 예고됐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은 가운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금융안정 상황을 위협하는 시장 출렁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5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주간 종가 기준 1530.1원까지 급등하는 등 높은 레벨을 이어갔다. 이달 8일엔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 후 협상에 나선다는 소식에 33.6원 급락해 1470.6원까지 내렸으나, 전날(9일) 하루 만에 다시 1482.5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재차 1470원 중반 선에서 움직이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비롯한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통위 "물가상승률 2% 중후반 수준 높아질 것"…2월 전망치 '상당폭 상회'
물가 경계감이 커졌다는 점 역시 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금통위는 이날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이후 공급 충격의 강도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이달 통화정책 신중론이 펼쳐졌단 평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대로 종전이 돼도 전쟁의 갈등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이 항복한 것도 아니고, 이란을 정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갈등 관계가 지속될 수 있고, 이에 국제유가나 환율도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공급망 등 인프라가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물가 전망치를 2.1%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집값 상승 폭은 주춤한 모습이나 여전히 오름세인 데다, 상승세 둔화 기간 역시 길지 않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첫째 주(4월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10%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2월 첫째 주 이후 7주 연속 둔화해 0.05%까지 낮아졌다가 지난 2주간 확대돼 0.12%까지 오른 뒤 3주 만에 다시 축소됐다. 부동산원은 "관망 분위기로 거래가 주춤하는 지역과 역세권·대단지,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는 지역이 혼재하며 서울 지역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연내 금리 한 차례 인상 전망 늘었다…물가 상승 폭 확대>성장 하방 우려
시장에선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상 전망의 배경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했다. 김 교수는 "하반기 금리를 소폭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까지 뛸 것이란 전망인 데다, 환율이 오르면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금융안정 성향이 강한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금리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물가 상승률이 2% 후반까지 갈 가능성을 기반으로 "올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한 번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이날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역시 예고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추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했단 이유에서다. 시장에선 그러나 성장 하방에 대한 우려보다는 확실시되는 물가 상승 폭 확대가 국내 거시경제에 보다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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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7월께 소폭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성장률은 급격히 낮추기보다는 재정정책인 2차 추경이나 추가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방어하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석 교수 역시 "5월 경제전망에선 올해 성장률을 종전(2.0%) 대비 하향 조정하겠지만, 추경이 성장률 하락을 0.1~0.2%포인트 방어하면서 하락 폭은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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