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민들은 하루가 급한데" 느긋한 은행…마지막 창구 '미소금융'마저 줄어
포용금융 외치더니…
미소금융 실적 2000억원대 '정체'
기업이 70% 이상 담당
우리·하나 200억대 그쳐…은행 참여 소극적
금융당국, 기관별 목표 부여·성과 관리로 전환
최근 4년간 시중은행들의 대출 취급 규모가 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인 '포용 금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한계 상황에 몰린 서민들을 위한 정책금융인 미소금융의 실제 취급액이 공급 규모의 3분의 2 수준에 그치며 자금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4년간 시중은행들의 대출 취급 규모가 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인 '포용 금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대출 상품은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5년 미소금융 실적'에 따르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미소금융 대출 취급액은 2022년 1977억원에서 2023년 2063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2024년 2005억원, 2025년 1916억원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사실상 수년째 2000억원 안팎에 머물며 정체된 모습이다.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27개 지역법인의 총대출 건수는 8534건으로, 지역법인별 연평균 316건, 하루 평균 약 0.9건에 그쳤다.
그나마 대출 실적을 채운 건 6개 기업이었다. 전체 대출의 70% 이상, 많게는 75% 이상을 기업재단이 담당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대출 실행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고금리 환경과 정부의 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책금융이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3월 말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미소금융은 소극적이고 경직된 운영으로 인해 재원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며 적극적인 운영을 주문한 바 있다.
이처럼 전체 실적이 정체된 가운데 은행권만 놓고 보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5개 은행의 대출 규모는 2022년 648억원에서 2023년 513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는 482억원까지 줄었다. 정부가 포용금융을 강조한 2025년에도 취급액은 474억원에 그치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개별 은행 실적을 보면 하나은행(294억원)과 우리은행(276억원)이 200억원대에 머물며 가장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467억원), KB국민은행(514억원), IBK기업은행(565억원) 순이었다.
미소금융은 서금원이 개인신용 평점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4.5%의 저리로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민간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을 통해 약 1조원의 재원을 조성해 2009년 출범했다. 참여 기업과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대출 확대는 경계해야 하지만, 공급 실적이 재원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는 연 소득, 신용평점 등 정량 심사 중심의 운영이 금융 취약계층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연간 공급 규모만 있을 뿐 실제 대출 실행은 참여 기업과 은행에 자율로 맡기면서 제도가 적극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서금원 역시 그간 미소금융을 전체 사업 기준의 총량 실적만 관리해왔을 뿐 개별 목표를 제시하거나 성과를 세분화해 관리하지는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요 대기업과 은행이 운영 중인 38개 미소금융재단에 기간별 공급 목표를 부여하고 재원 활용 계획을 제시해 관리하기로 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기관별 목표를 부여하고 달성률과 실적을 관리해 빠르면 2분기부터 공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취약 차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금융 수단이 급격히 제한된다는 점에서, 미소금융과 같은 서민금융이 사실상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일부 수요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총 1만7538건으로, 신고센터가 설치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고 건수는 2019년 이후 6년 연속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2141건 늘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올해 미소금융의 공급 규모를 향후 3년 내 3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대출 규모를 두 배로 늘린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제도 운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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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의원은 "은행권이 상생·포용금융을 내세워 실적을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미소금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은행별 서민금융 공급 목표를 실효적으로 의무화하고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를 도입해 취약계층 지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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