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 의인, 폭행 피해 사망 뒤늦게 알려져
보완수사권 폐지론 우려 커져

[초동시각]김창민 감독의 죽음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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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맺혀 있었다. 장기 기증 미담의 주인공으로 알려졌지만,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고(故) 김창민 감독의 마지막 모습. 의식을 잃어가며 눈물이 맺히는 마지막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남은 아들에 대한 걱정과 억울함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아들에게 평생 울타리가 돼주겠다고 다짐했던 아버지가 더는 자식을 지켜줄 수 없게 됐다는 절망감, 울분 그리고 미안함….


김 감독은 장기 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살린 의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뒤 참혹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 새벽에 식당을 찾았다가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행당했다. 김 감독 아들은 식당에서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 시간 뒤 병원에 도착한 김 감독은 곧 의식을 잃었다. 당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이는 김 감독의 아버지였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사진 속 아들의 눈물을, 억울함과 홀로 남게 된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이해했다.

참혹한 진실은 폭행한 이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에 절망한 유족들이 관련 CCTV 등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 초기 경찰은 가해자들을 체포하지 않았고, 그의 사망에도 가해자 1명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망 당시 영상에 따르면 가해자 일행은 최소 6명이었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유족이 CCTV 등을 확보해 검찰에 보완수사를 요구, 경찰은 그제야 재수사에 나서 피의자는 2명이 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됐다.


이 사안에 눈길이 간 것은 사건의 참혹함과 함께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규명조차 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나 가족들이 증거를 찾아다니며 진실을 갈구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의미다. 김 감독의 아버지 등 유가족이 증거를 모으고 수사 관계자 등을 찾아다녔던 것처럼 말이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했듯, 경찰 초동수사가 미흡했다. 이를 바로잡는 검찰의 보완수사도 있었지만, 수사의 미흡함을 걸러내기에는 성글었다. 막막한 것은 보완수사 요구조차 없었다면 가족의 원통함을 풀 길은 더 요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론이 집권당 내에서 힘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이른바 검찰개혁론자는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경찰 내 내부통제 기구와 감찰조직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권에서는 이런 개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돈 없고 힘없고 빽 없는 사람한테는 정말 슬픈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정치검찰까지 두둔할 생각은 없다. 일신의 영달이나 조직 논리 속에서 사실을 왜곡해 조작하거나, 권력에 굴복해 왔던 잘못은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나온 결과가 억울한 국민의 눈물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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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문제 등과 관련해 최소한의 기준점은 무엇일까. 아들 곁을 속절없이 떠나야 했던 김 감독과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김 감독의 아버지 그리고 남겨진 아들의 관점에서, 이들이 겪었던 억울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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