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대란 식품업계 '포장재 쇼크'…"5월이 고비"
행사 제품 교체·신제품 지연, 현장 '비상체제'
재고 1~2개월뿐…중소업체는 더 어렵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포장재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페트(PET) 용기와 캔, 음료 라벨 등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서 원가 상승과 생산 차질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5월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들은 최근 포장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품 구성과 생산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현재 수급이 불안한 품목은 제품 보호용 연포장 필름, 페트 용기, 캔, 알루미늄, 라벨지, 배달 용기 등이다. 이 가운데 비닐류 수급 문제가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당장 마트 판촉이나 행사 상품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행사용으로 준비했던 파우치 제품을 병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포장재 확보가 어려워 기획 자체를 수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 일정도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샘플링용 제품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마케팅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 생산을 맞추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생산 계획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께 줄이고 소재 바꾸고…기업들 '임시 대응'
기업들은 포장재 절감과 대체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포장재 두께를 줄이거나, 업소용(B2B) 제품의 경우 포장재 재질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일부는 플라스틱 대신 종이 소재를 검토하거나 포장을 단순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응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식품 포장재는 여러 소재가 결합한 다층 구조로 이뤄져 일부 원료라도 부족하면 생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봉지나 과자 포장지처럼 복합 구조 제품은 특정 소재가 끊기면 생산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기업들은 약 1~2개월 치 포장재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평소 수급이 원활했던 만큼 재고를 최소화해 운영해 온 영향이다. 업계는 재고 소진 시점을 5월 전후로 보고 있다.
중소·중견업체의 상황은 더 어렵다. 일부 업체는 1개월 내외의 재고만 확보한 상태이며, 비닐·플라스틱 가공업체 가운데는 가동 가능 기간이 보름 수준에 불과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료 가격이 상승한 데다 물량 확보 자체가 쉽지 않아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포장재 단가 20% 인상, 업계는 정부 지원 요청
원가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 포장재 단가는 이미 이달부터 20~30% 인상됐다. 일부 원부자재는 전년 대비 최대 50%까지 올랐다. 다만 식품업계는 물가 부담을 고려해 가격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나프타 등 포장재 핵심 원료를 식품·외식 산업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 포장재 업체에 대한 원자재 가격 보조금 지급, 의제매입세액 공제 확대 등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규제 완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원산지 변경 시 기존 포장재 사용을 일정 기간 허용하고, 라벨 대신 QR코드 표시를 허용하는 등 표시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공장을 돌릴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상반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현장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경기 안성 농심 공장에서 라면·분유 생산업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라면과 분유는 각각 주요 소비재이자 영유아 필수품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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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식약처장은 "라면은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고 분유는 필수 생필품"이라며 "공급 차질이 없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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