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민생 부담 완화 고려"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 유지
사재기 등 불법행위 85건 적발…정부 "무관용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가격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6.04.03 윤동주 기자
정부가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중동 전쟁 휴전 여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생 부담 완화를 우선 고려한 결정이다.
산업통상부는 9일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유사 공급 기준 가격은 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적용 시점은 10일 자정부터다.
이번 동결은 국제유가 흐름과 정책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제유가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정책 목적에 맞춰 판단했다"며 "민생 안정이 가장 기본적인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2주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 8일 중동 지역 휴전 발표 이후 급락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유종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등유와 경유는 상승폭이 두드러졌고 특히 경유는 15% 이상 급등했다.
양 실장은 "경유는 물류·운송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소비되는 연료로, 수요관리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화물차 운전자나 농어민 등 취약계층 부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등유 역시 생활과 밀접한 연료라는 점에서 동일한 판단이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최고가격제의 기본 기능인 가격 급등 억제 효과도 고려됐다. 정부에 따르면 3차 기준으로 경유는 약 300원, 등유는 약 100원, 휘발유는 약 20원 수준의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향후 가격 방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양 실장은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10% 이상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4차 최고가격 조정 여부도 지금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가 안정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이 형성되면 그에 맞춰 정책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목적 예비비를 전제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양 실장은 "약 6개월 운영을 가정한 예산이며, 현재까지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유가와 기간 모두 불확실해 장기 전망은 어렵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소비량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이 낮은 주유소로 수요가 이동하는 '착시 효과'는 있었지만 전체 판매량이 급증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전국 4851개 주유소를 점검한 결과, 가짜석유 판매, 사재기, 정량 미달 등 총 85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사재기 8건, 가짜석유 1건, 등유 차량용 판매 3건 등이다.
특히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사재기'는 기존과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일부 사업자는 자신의 주유소 저장탱크가 아닌 타인의 시설을 이용해 유류를 보관한 뒤 가격 상승 시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축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된 사례는 즉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돼 일부는 이미 행정처분이 완료됐으며, 나머지도 신속히 조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격 안정에 기여한 주유소에 대한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시민단체와 협업해 선정한 '착한 주유소' 102곳은 이달부터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공개된다. 소비자가 저렴한 주유소를 쉽게 찾도록 유도해 시장 안정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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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실장은 "앞으로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최고가격제를 탄력적으로 운영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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