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억제에 시장 수요 조절 안 돼
국제유가 상승분 미반영으로 업계부담 가중
'안 잡히는 가격' 다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기름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유소들은 최고가격제에 따른 수익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름값에 택배·배달 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것으로 표시돼 있다. 오지은 기자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것으로 표시돼 있다. 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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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2021.59원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경유도 2005.56원을 기록하며 3년8개월 만에 2000원 선이 깨졌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 상승세가 주춤했던 가격은 2차 상한선이 상향 조정된 뒤 다시 오르고 있다. 추가 가격 통제가 이어져도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2주 단위로 상한선을 조정하는 구조로, 석유판매업자 등이 손실을 볼 경우 정부 재정 지원이 투입될 수 있다. 휘발유 기준 1차 상한선은 1724원이었고 지난달 27일부터 적용된 2차 상한선은 1934원으로 설정됐다. 전날 발표된 3차 상한선은 2차 때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최고가격제 시행 한 달이 흘렀지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달린다. 통상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서의 소비가 조절되지만, 상승폭이 제한될 경우 체감 부담이 크지 않아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예 시장 수준에 맞게 가격이 올라야 수요가 줄고 가격 안정이 더 빠르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 때문에" 주유소 부담 가중…택배·배달업계도 울상 원본보기 아이콘

현장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66)는 "정유사에서 들여오는 가격이 정해져 있어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지금 당장 주유소를 내놓을 테니 직접 기름을 팔아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주유소 운영을 총괄하는 윤모씨(33)는 정유사로부터 받아오는 공급가격이 최고가격제 상한선에 맞춰 형성되고 있어 마진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가격 상승 초반 판매량이 40%가량 줄었다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라며 "마진이 줄어든 상태에서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름값 상승에 따른 생계형 종사자 등의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택배·배달 업계가 대표적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택배 차량은 대부분 기사 소유로 유지비를 직접 부담하는데, 화물복지카드가 있어도 부담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며 "넓은 지역을 맡거나 허브를 2~3번 오가는 기사들은 실질적인 소득이 더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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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고가격제가 단기적 완충 장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최종 수단일 뿐 석유류 사용이 불가피한 이들에겐 바우처 지급 등이 적절하다"며 "누적된 부담은 재정 투입 등 더 많은 '이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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