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철의 경제진단]미래지갑으로 현재 비용을 지불하지 말라
국가채무이자=R&D 예산
빚 갚느라 연구도 제대로 못한다
연금 등 의무지출부터 수술
보편성격 기초연금 선별적 강화해야
최근 심의·의결된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어섰다(1304조5000억원). 전년과 비교해 130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4년 46%에서 지난해 49%로 상승했다. 국가채무가 앞으로 계속 늘어 1400조원을 돌파한다면 채무 비율도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일본(250%), 미국(124%), 프랑스(120%)보다 낮고 독일(65%)이나 호주(52%)와 수치상 유사해 보일지라도, 가파른 증가 속도와 구조적 경직성의 고착화가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핵심 이유는 법령에 따른 의무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총지출은 1.9배 증가했지만, 의무지출은 182조원에서 415조원으로 2.3배 급증했다. 올해 의무지출의 구성을 보면, 기초연금, 공적연금, 건강보험 지원 등 복지 분야 법정 지출이 180조원을 웃돈다. 고령 인구와 직결된 지출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세수에 연동된 지방이전재원(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160조원에 달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은 재원 배분의 대표적인 비효율 사례로 지적된다. 여기에 누적된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만 연간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 예산과 맞먹는 규모인데, 누적된 나랏빚에 대한 이자 지출이 미래 투자를 위한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의 재정 구조는 미래 세대의 기회를 빌려 현재의 비용을 지불하는 소모적 행태에 가깝다.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하면, 매년 6~8%씩 증가하고 있는 복지 분야 법정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는 성장과 투자를 위한 재량지출을 잠식한다. 결국 추가 재정 확보를 위해 정치적 부담이 큰 증세보다는 당장의 부담과 대중의 관심이 낮은 국가채무 확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가 채무를 늘릴 뿐만 아니라, 노동력과 투자 저하를 초래해 저성장을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30년대부터 성장률이 1% 미만으로 하락하고, 2040년대부터는 역성장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30년까지 부채 비율은 60%를 넘기지는 않을 수도 있으나,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은 2030년 이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그사이 재정의 구조적 경직성이 고착화할수록 이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이다. 우리는 효율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다시 부채의 늪에 빠진 고부채 선진국들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 재정 건전성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지속 가능성의 토대다.
더 늦기 전에 의무지출을 효율화해야 한다.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성격의 기초연금을 선별적 강화 방식으로 전환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과 예방 중심의 보건 정책 확대로 보건의료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증가세를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자동 연동되는 교육교부금을 개혁하고 칸막이식 재정 구조를 타파하는 것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지출을 막을 '제도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 준칙을 도입하고, 신규 의무지출 도입 시 재원 조달 방안을 의무화하는 '페이고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 재정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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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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