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공동연구…미국 더 컸지만 한국도 예방의료·접근성 차이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갖춘 한국에서도 소득 수준이 의료 접근성과 건강 상태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중심의 미국보다 격차 폭은 작았지만, 의료 시스템 구조와 무관하게 저소득층일수록 의료 이용이 적고 건강 상태가 나쁜 '보이지 않는 건강 불평등'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박성철 교수, 서울대학교 도영경 교수, 스탠퍼드대학교 카렌 에글스턴 교수, 하버드대학교 데이비드 커틀러 교수 공동연구팀은 한국과 미국 성인 40만여명의 대표 표본 데이터를 활용해 소득별 의료시스템 성과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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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모두 소득이 낮을수록 의료비 지출 규모가 적고 의료 이용 횟수도 적었다. 건강검진과 같은 예방 의료 이용률 역시 저소득층에서 더 낮았으며, 흡연·비만 등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 보유 비율은 더 높았다. 자기평가 건강 수준도 소득이 높을수록 뚜렷하게 개선됐다.

특히 한국의 '보이지 않는 격차'가 눈에 띄었다. 미국은 무보험과 높은 본인 부담이 건강 불평등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제도적 사각지대가 거의 없음에도 실제 의료 접근성과 예방 서비스 이용에서 소득별 격차가 분명했다. 건강보험이 최소한의 완충 역할은 하지만, 저소득층이 필요한 의료를 실제로 이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과제는 '실제 이용 격차' 해소


미국의 비효율성도 재확인됐다. 양국의 고혈압·고지혈증·우울증 등 주요 임상 지표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1인당 의료비는 미국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미국의 높은 의료비가 이용량이 아니라 서비스 가격과 행정 비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 사진. 사진 왼쪽부터. 박성철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제1저자), 도영경 서울대학교 교수(공동저자), 카렌 잉글스톤 스탠포드대학교 교수(공동저자), 데이비드 커틀러 하버드대학교 교수(공동저자). 고려대 제공

연구진 사진. 사진 왼쪽부터. 박성철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제1저자), 도영경 서울대학교 교수(공동저자), 카렌 잉글스톤 스탠포드대학교 교수(공동저자), 데이비드 커틀러 하버드대학교 교수(공동저자). 고려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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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한국 성인 17만9452명, 미국 성인 22만4168명 등 총 40만여명의 대표성 있는 조사 자료(2010~2019년)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응답자를 가구소득 십분위로 구분한 뒤 의료비 지출, 의료 이용, 의료 접근성, 건강 상태, 건강행동, 임상 지표 등 6개 영역 30개 지표를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한국의 정책 과제도 선명해졌다. 연구팀은 저소득층의 실질 의료 이용 여부를 정밀 점검하고, 본인부담금 경감과 취약계층 예방 의료 접근성 강화, 1차 의료 기능 확충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박성철 교수는 "소득 기반 건강 불평등은 의료 재정이나 전달체계 개편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건강 격차의 근본 원인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시스템적 정책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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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국제 의학 학술지 '자마 헬스 포럼(JAMA Health Forum)'에 지난달 20일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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