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긴 마지막 인간 이세돌, "고정관념 깨고 다방면 지식 갖춰야"
상향 평준화 아닌 격차 심화…"얇고 넓은 지식 필수"
"한 분야의 우물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고정관념을 깨고 얇고 넓은 지식을 갖춰야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이긴 마지막 인간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큰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교수가 AI 시대 생존 화두를 설파했다.
9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정보통신진흥협회 주최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 강연에 나선 이 교수는 AI와의 대결에서 패하고 승리도 해본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교육 제도의 근본적 변화와 고정관념 탈피를 주문했다. 이 교수는 현재 UNIST의 특임교수를 맡아 AI 시대를 살아갈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바둑 대국 10주년을 맞아 IT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한 이날 강연에 이 교수는 바둑 분야의 상황을 예로 들며 AI로 인해 상향 평준화 아닌 격차의 심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라는 도구가 생기면서 바둑에서 하위 랭커와 상위 랭커의 차이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훨씬 더 벌어졌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각 분야의 최상위권(탑클래스)은 무조건 살아남아 더 인정받겠지만, 그 밑의 중간 계층은 10명 중 9명꼴로 AI로 대체되는 뼈아픈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주목한 대목은 알파고의 창의성이다. 고정관념을 탈피하라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알파고 마스터 버전이 자신과의 대국 초반 3-3'에 돌을 놓았던 순간의 충격을 회고하며, "인간은 바둑을 배울 때 초반 3-3을 두지 말라고 배우기 때문에 수백 년간 기보에서 그 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굳어진 고정관념이 없는 AI의 바둑이 오히려 창의적이라면서, 산업 분야에서도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3-3을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AI 시대에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분야를 꼽기도 했다. 그는 영화 '벤허'를 예로 들며 "AI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뛰어난 영상을 만들어내도 거기에는 개성과 감정, 스토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스토리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AI 환경의 생존 전략으로 그는 '얇고 넓은 지식'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AI 시대에 전문적인 한 우물만을 파지 말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어느 정도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만 AI에 올바른 질문과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행 교육 제도 역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 대신, 10대부터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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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 나선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도 이 교수의 발언과 궤를 같이했다. 류 차관은 이 교수와 알파고의 대결 당시 AI 담당 과장이었다고 회상하고 "AI가 주는 충격은 18세기 산업혁명이 200년간 준 충격보다 10배 정도 큰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며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교육과 노동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구체적인 생존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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