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마케팅에만 관심
우회경로로 유해콘텐츠 무방비 노출

"키즈폰으로 이렇게 쉽게 성인물에 접속할 수 있다니.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겁니다."


최근 기자는 아이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해준다는 '키즈폰'의 실상을 취재하면서 학부모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를 여러 번 접했다. 상당수 학부모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줄지 말지 수만 번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현실과의 타협점으로 키즈폰을 찾는다.

부모들의 걱정만큼 키즈폰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학기를 겨냥해 키즈폰을 판매하려는 통신3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각종 유해 콘텐츠 차단 기능을 탑재하고, 자녀 스마트폰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특정 앱과 사용 시간까지 철저히 관리할 수 있다는 통신3사의 키즈폰 홍보 문구는 자칫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여줬다가 '판도라의 상자'가 될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키즈폰은 통신3사의 홍보 문구와는 동떨어지게 허술한 시스템으로 유해콘텐츠에 사실상 무방비에 놓여 있었다. 통신사가 알려준 대로 자녀 관리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유튜브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했지만 키즈폰을 사용하는 아이들 사이 널리 공유된 우회경로를 적용하니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모 몰래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몇 번의 단순 클릭만으로 부모의 눈을 피해 얼마든지 유해 콘텐츠 접속이 가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우회경로를 통해 유해 콘텐츠에 접속했을 때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폰은 키즈폰"이라며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받고 있을 것이라 찰떡같이 믿는 부모의 착각 속에 오히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초동시각]키즈폰의 배신…정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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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통신사와 제조사는 자녀 관리 앱을 벗어날 수 있는 쉬운 우회경로가 있다는 것은 물론, 키즈폰의 한계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유해 콘텐츠를 접하는 우회경로가 만연하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숨긴 채 부모의 불안에 기대 키즈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회경로를 지적하자 통신사가 차선책으로 내놓은 각종 유해콘텐츠 차단 설정 방법들은 부모가 일일이 따라 하기 번거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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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폰 판매가 해마다 급증하는 만큼 정부의 관리가 절실하다. 이제라도 통신3사와 제조사는 '부모의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유해 콘텐츠 관리에 진심으로 나서야 한다. 청소년 SNS 금지 등 세계 각국의 규제가 거세지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통신사의 과대광고를 묵인하고 이대로 키즈폰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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