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 간절히 원했던 보튼마르크
입양 실태 깨달으며 자기성찰 이야기
<너의 한국 엄마에게> 한국어판 출간
"몽고반점 보고…학대 아니냐" 의심
"어디서 왔냐" 물으며 인종차별 여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우리의 강한 욕망이, 한국의 어머니와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해외입양 시스템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1998년 생후 8개월 된 한국 남자아이를 입양한 노르웨이 입양모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매일 성찰하며 이같이 되묻는다. 보튼마르크의 책상 위에는 아이의 친생모 사진이 놓여있고, 그는 매일 사진 속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고 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상실과 슬픔을 그들에게 주었는지 되새기기 위해 루틴처럼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1998년 한국 아동을 입양한 노르웨이 입양모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은 한국과 노르웨이 어머니들, 그리고 다른 모든 양부모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로의 초대"라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다뤘지만 동시에 상실과 책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1998년 한국 아동을 입양한 노르웨이 입양모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은 한국과 노르웨이 어머니들, 그리고 다른 모든 양부모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로의 초대"라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다뤘지만 동시에 상실과 책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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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이 만들어낸 상실과 단절…"그땐 몰랐죠"

보튼마르크는 그의 저서 '너의 한국 엄마에게'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그의 양아들인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한국 이름 박현욱)와 함께 서울을 방문 중이다. 그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쓴 배경에 대해 "입양 서류 조작, 꾸며낸 고아 호적, 엄청난 수의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지만,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아들과 한국의 모든 어머니, 그리고 이 문제로 영향을 받은 가족들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1988년 첫째 딸을 낳은 보튼마르크는 둘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임 판정을 받은 후 입양을 준비하게 됐다. 러시아 아이를 입양하려 했지만 도중에 취소되는 일을 겪은 그는 현욱을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 "한국의 입양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며 체계적"이라는 입양기관 상담사의 말도 그대로 믿었다. "그 당시 아이를 향한 저의 욕망은 마치 '정신 질환'과 비슷했어요. 그만큼 강력한 힘이었고, 그 힘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었죠."


북유럽 최고의 복지국가로 성장한 노르웨이의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핵가족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불임을 겪는 부부들도 '가족을 이룰 권리'를 내세웠고, 복지국가로서 정부가 입양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그 결과 실제로 보튼마르크가 현욱을 입양하면서 입양기관에 지불한 일시금의 50%를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했고, 10개월의 유급 육아휴직도 누릴 수 있었다. 한국은 노르웨이에 1980년대는 해마다 약 200명, 1990년대에는 해마다 100여명을 입양 보냈다. 보튼마르크는 "당시 서구 국가들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태도가 있었다"며 "다른 나라 아이들이 원가족을 잃더라도, 여기서 자라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니 입양이 정당화된다는 인식이 높았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해외입양의 대안을 마련하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과거와의 선을 긋고, 이를 위해 필요한 규제를 구체화하는 데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해외입양의 대안을 마련하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과거와의 선을 긋고, 이를 위해 필요한 규제를 구체화하는 데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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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탁가정 두 곳을 거친 후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온 현욱이 갖고 있는 애착 장애와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깊었다. 유치원에 가는 것도 무서워했고,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면 엄마의 다리를 잡고 매달릴 정도로 극도로 두려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아마도 제가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봐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은 늘 현욱을 따라다녔다. 항상 "넌 어디서 왔어?(Where are you from?)"라는 질문을 받았고, "오슬로에서요"라고 대답하면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어디서 왔냐고"라는 말을 들었다. "너는 누구냐, 왜 여기 있느냐"라는 숨겨진 질문이 꼬리표처럼 붙은 것이다. 보튼마르크는 "현욱이 어렸을 적에는 가족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도록 하는 데만 집중했다"며 "입양이 얼마나 깊은 상실과 단절을 만들어내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절대 잊지 못하는 경험도 있다. 의사가 현욱의 몽고반점을 보고 아동 학대 흔적이라고 오해했던 일이다. "서양 아이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노르웨이 의사에게는 그렇게 보였던 거죠."


현욱은 체중 2.2kg의 미숙아로 태어난 탓에 근육이 과긴장되는 '근긴장 항진' 진단도 받았다. 고통스러운 물리치료가 1년 동안 이어졌다. 현욱의 울부짖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우리는 그를 돕기 위해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고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20여년 만에 마주한 해외입양 민낯…"죄책감 들더라"

그러던 2020년 1월, 영국의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게 된 현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튼마르크는 그때부터 20여년간 외면했던 한국의 해외입양 시스템의 민낯을 마주하게 됐다. 사회학 교수인 그는 해외입양 산업의 구조를 직접 파헤쳤고, 한국계 입양인들 수십 명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진실을 알수록 아이를 사고팔던 거대한 산업에 일조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입양은 단순히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 어머니들을 지워버리고 서류를 조작하며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한 글로벌 산업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보튼마르크는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남 의원은 지난달 입양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뿌리찾기를 통해 입양인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노르웨이 국영 NRK 방송도 보튼마르크의 행보를 취재했다. 김보경 기자.

보튼마르크는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남 의원은 지난달 입양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뿌리찾기를 통해 입양인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노르웨이 국영 NRK 방송도 보튼마르크의 행보를 취재했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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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와 한국에 해외입양의 실상을 알리는 기고문을 쓰고 책까지 내면서 그는 이제 해외입양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가 됐다. 해외입양인들이 뿌리 찾기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더 이상의 인권 침해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지난 7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하고 입양 관련법의 개정 사항에 대해 묻고, 국회의 입법 활동을 돕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와 입양 부모들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입양인이 자신의 서류와 출생 정보를 얻기 위해 그렇게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해외 입양 시스템으로는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을 보장할 수 있는 보편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해외입양을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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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보튼마르크는 다른 입양 부모들에게도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해외입양인들을 위해 더 진실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더 많이 성찰해 주세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과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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