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틀렸다"…美 전략 대전환 시기 올 것[경제정책 줌인]
동맹국 중요성 일깨워 준 전쟁
공화당 의원들 거리두기 가능성
미국 중심 자유주의 연대 생성
반도체, 조선, 원자력 다 가진 한국
美싱크탱크 동맹 평가 보고서도
"한국, 능력 좋은데 의지가 없다"
목소리 높여 중재·매개 역할해야
세계화의 시대, 평화의 시기에는 경제가 어느 정도 독립적인 공간을 가지고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의 중국 견제 시대가 열리고,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경제는 국제정치와 지정학에 종속변수인 것처럼 보인다. 국제정치와 지정학을 분석하지 않으면,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미국·이란 전쟁은 2주간 휴전에 들어갔고 종전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쉽게 종전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아니면 이란 비핵화 방식과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협 통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전쟁이 장기화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전쟁은 끝날 것이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 변화에 잘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소(EAI) 원장(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미국이 이란 전쟁을 시작한 건 잘못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월20일 취임 후 100일 동안 행정명령 137건에 서명하는 등 빠른 속도로 많은 정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4년 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헤리티지 재단(보수 싱크탱크)의 '프로젝트 2025' 등을 보면 대부분 정책이 예고돼 있던 거다. 서반구가 중요하고 원유의 중요성도 있고 해서 베네수엘라 정권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이란은 정권교체가 언급된 게 없다. 비핵화나 독재정권에 대한 압박이 중요하다는 것은 있지만 무력 행사는 예고된 게 아닌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으로 그때그때 한 것이지, 미국 국익을 위한 치밀한 어떤 전략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여러 가지가 준비되지 않은 것이어서 점점 많은 실패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보수 세력의 전반적 계획이나 전략이 아니라 트럼프의 즉흥적인 것이라면 미국 보수 세력들도 이란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가.
▲오늘(6일) CNN 보니까 국제문제 프로그램 진행자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가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전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과 대담했다. 하스 전 회장은 중동 전문가이고 보수 계열의 공화당 고문인데 굉장히 신랄하게 비판하더라. 정당성이나 수단의 문제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까지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국민의 70%가 반대하고 있어서 보수 세력들에게도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 같다.
-일단 8일(한국시간) 오전에 2주간의 휴전 합의가 발표됐는데, 종전 시점이 언제가 될까.
▲이제 시점보다는 조건이 중요할 것 같다. 시점으로는 4월 중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미루면서 이란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전쟁 중인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하면 협상력이 극도로 약화되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시간적인 시점은 대략 4월 말 5월 초 정도인 것 같다. 근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합의 없이 종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형태로 종전이 되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완전한 실패가 바닥을 치면 미국 내에서 대(大)전략적인 재조정 기간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공화당도 바뀔까.
▲진짜 중요한 건 공화당인데 이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야만 당선된다는 걸 알게 될 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그게 가장 결정적 지표라고 본다. 마가(MAGA)의 여론이나 이런 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면 탄핵도 가능하고, 법적인 제약이 가능하다.
-대(大)전략이 재조정된다면 어떤 쪽일까.
▲지난 30년간 미국이 일방주의로 역사상 가장 강했던 패권인데 그 기간에 미국 국민들의 삶은 별로였다. 2001년 9·11 테러를 당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패권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그 패권 사업에 대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약화됐다.
또 한 나라가 패권의 역할을 하기에는 국제정치가 너무 복잡해졌다. 미국 혼자서 해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가장 바람직한 미래 세계질서는 자유주의 국가들의 소규모 연대, 즉 공동으로 패권을 만들어가는 공동의 리더십이다. 주요 7개국(G7)이어도 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얘기했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라는 게 있었는데 그건 좀 느슨했다.
최강국 미국을 가운데 두고 주변에 동맹국들이 어떻게 리더십 연대를 만드느냐가 앞으로 핵심인데 미국은 여전히 혼자하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은 분산하고 권한은 나누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결국은 이게 안 된다는 걸 깨달을 거라고 본다.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연대 그룹이 만들어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의 역할을 얘기했는데.
▲트럼프 식으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해봤지만 잘 안되는구나. 그럼 뭘 잘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결국 핵심 동맹과 힘을 합치고 그 힘의 우위에 기반해서 경쟁국들을 압도해 가면서 협상해 나가는 것, 즉 미국의 반도체 동맹이나 공급망 재편 등 이슈별로 동맹들과 함께 힘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어느 동맹의 말을 들어야 할까를 쭉 볼 것이다. 유럽이나 동아시아 동맹, 호주 등 서방국가들이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미국의 핵심 분야로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 등을 얘기했는데 희토류 말고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조선, 원자력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에서 쓴 '동맹 재평가' 보고서가 있는데, 진짜 필요한 동맹이 어디인지 줄을 세워본 것이다. 일본이 1등이다. 경제력이나 헌신(commitment) 면에서 호주와 필리핀도 좋긴 한데 의지가 있는 반면 힘이 너무 없고, 한국은 능력은 굉장히 좋은데 의지가 진짜 우리 편인지 약간 헷갈린다는 얘기가 있다.
그것도 좋다고 본다. 무조건 올인하는 것보다는 레버리지를 갖고 협상해 가면서 얻어내고 하면 된다. 이제 거래 중심 질서라고는 하지만 사실 계속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근데 좋은 의미, 신뢰가 있는 거래를 하면서 계속 유지해 가려면 우리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그 시점이 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 이후 전략적 재조정의 시기에 동맹국들의 투입(input)을 원할 때 '한국이 제일 맞는 얘기를 하고 제일 필요한 동맹'이라는 게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다.
-예전부터 중견국 연대를 얘기했는데,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연설이 그런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것 아닌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견국을 공론화했는데 그때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왜 중견국이냐, 우리 동맹이지. 동맹은 같이 가야지 뭘 중재한다는 거냐'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중견국이 강대국 외교를 움직인 케이스가 있으면 하나라도 대봐라. 결국 무력하지 않냐'라고 했다. 맞는 얘기인 것 같다.
지금도 맞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중견국들이 가지는 실질적인 영향력, 그게 이제 무형의 소프트파워이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하드파워이기도 하다. 그 둘에서 중견국들이 갖는 힘과 강대국 정치가 하는 힘 사이에 갭은 줄어든 건 맞는 것 같다.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라면.
▲하드파워 면에서는 이제 미국도 핵심 광물이나 제조업 이런 부분에서 자기완결적인 자급자족의 공급망을 못 갖게 됐다. 이제 대단히 중요한 부분에서 다른 국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렇게 된 건 미국이 마음대로 세계화하면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걸 다른 나라에 외주를 준 그 역효과가 생긴 것이다. 경제 논리에 따라서만 공급망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정치나 지정학 논리로 이것을 재편하는 과정에서는 중견국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소프트파워 부문에서도 예전보다는 국제 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이 훨씬 강화됐고 소통도 많아졌기 때문에 주변국들이 미국 국민한테 주는 메시지를 투표 때 생각하는 게 늘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 나가는 것 같아도 국제 여론에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더 목소리를 높이면서 세계 질서에 대한 대안제시 역할, 강대국 정치를 완화시키는 중재자의 역할, 글로벌사우스와 다리를 놓는 어떤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결정적이지는 않아도 예전보다는 힘이 늘어난 건 맞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이제 산유국이어서 중동이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했고, 호르무즈 해협도 유럽 국가나 한국, 일본, 중국 등 당사자들이 해결하라고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 때부터 '미국은 중동을 떠나고 싶은데 중동이 미국을 떠나보내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얘기했다.
-특히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미국이 떠나면 안 될 것 같다.
▲안 되는 거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가 이스라엘에 도발했을 때 왜일까에 대해 여러 관측이 있었다. 당시 '중동 데탕트'라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수교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도 개선되고 했는데, 하마스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팔레스타인 문제가 소외되니까 폭력 수단을 썼다고 제이크 설리번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강력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미국이 탈퇴하려면 상원에서 3분의 2가 찬성하거나 의회가 별도 법을 제정해 나토 탈퇴를 승인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고, 여론도 나토가 미국에 유용하다는 의견이 68~70%다. 공화당 지지층은 약 50%다. 나토에서 유럽의 역할을 늘리고 방위비에 더 기여하는 쪽으로 가지, 유럽을 완전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러시아가 유럽에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이 역할을 거의 못 하고 있다. 미국이 여러 국제기구에서 탈퇴했고, 게다가 훼방 놓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은 그런 다자질서를 안 하겠다는 건가.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세력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 우선인데 그 기존의 제도들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탈퇴한다는 것이다. 국제기구가 필요없다든지, 미국에 이익이 되는 국제기구까지 탈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싱크탱크가 동맹들을 평가하는 식으로 국제기구도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선별을 하고 있다. WTO는 자유무역이니까, 자유무역은 중국과 다른 동맹국들이 미국에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건 공정한 무역이지 자유무역은 아니다. 불공정한 자유무역보다는 공정한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각국에 공정성이 동의되는 무역협정이 중요하다.
-미국의 관세에 대해 중국은 제외하고는 보복관세를 부과한 나라가 거의 없다.
▲모든 나라들이 자유무역에 대한 강한 약속과 확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미국을 어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게 지속될 경우엔 다르다. 요즘은 '월드 마이너스 원(World -1·미국을 뺀 세계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정신 번쩍 든다" 심상치 않은 기류 느껴지는 바다...
지금은 미국을 달래는 차원에서 언젠간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달래고 있는데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확고해지면 미국을 뺀 세계 경제 질서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동맹이든 자유무역이든 지금의 과도기 이후에는 일정한 타협을 거쳐서 다자주의 질서가 복원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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