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이 온다]②실손 개편 승부수…금융당국, '재매입·선택특약' 내달 발표
1600만 구세대 가입자…당근책 통할까
비급여 구조 손질 속도…손해율 악화 고리 끊을까
전환 유도 관건은 인센티브…업계 "보험료 규제 풀어야"
보험업계는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의 성패가 결국 기존 가입자가 5세대로 얼마나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 상품을 유지하려는 가입자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보험료 할인 등 강력한 유인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달 '계약 재매입'과 '선택형 특약'을 포함한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실손 개편의 핵심은 '전환'…당국 '재매입·선택형 특약' 카드 꺼내
9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달 초 계약 재매입과 선택형 특약을 포함한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계약 재매입'은 보험사가 기존 실손보험 계약을 가입자로부터 사들이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1세대와 초기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5세대 상품으로 전환할 경우 3년간 보험료 50%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재매입 대상 가입자는 1582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행 비용이 수조 원에 달하고, 기존에 이미 전환한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현실성이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이 손실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설계된 측면이 있고, 그 결과 손해율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119.3%에 달한다.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100억원을 받아 119억원가량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당국은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의료 쇼핑'은 보험금 누수를 초래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구세대 가입자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해 '선택형 특약'도 함께 검토 중이다. 선택형 특약은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이 제도는 당초 지난해 6월 도입이 검토됐으나, 업계 이견 조율과 제도 설계 문제 등으로 일정이 계속 지연돼 왔다. 이후 올해 하반기 도입이 예상됐지만, 발표 시점이 앞당겨졌다. 당국이 선택형 특약을 서둘러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관리급여 도입 시점과의 시차로 인한 보장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3분기 '관리급여'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택형 특약은 가입자가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 보장을 제외하거나 자기 부담률을 높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업계 의견 수렴을 마친 상태로,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도입하기보다는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해 운영해온 3세대 실손보험 체계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본 보장인 급여 항목은 유지하되 자기공명영상(MRI)·도수치료·주사 등 이른바 '비급여 3대 항목'을 중심으로 특약 구조를 손질해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자기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지난해 국내 5대 손해보험사(메리츠·삼성·현대·KB·DB)의 지급보험금은 약 10조9779억원으로 이 가운데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관련 금액이 약 1조8701억원, 비급여 주사제(영양주사 등)는 약 7266억원이었다. 전체 지급보험금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은 내달 발표되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준비가 필요한 만큼 방향성 제시 이후 시행 시점은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패 가르는 전환율…유인책에도 1600만 기존 가입자 '버티기'
금융당국이 이 같은 '당근책'을 제시한 것은 기존 가입자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약 44%에 해당하는 1600만명은 여전히 1세대 및 초기 2세대 상품에 머물러 있다.
이는 해당 상품들의 파격적인 보장 조건 때문이다. 1·2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보장이 사실상 무제한인 데다 재가입 주기도 없어 향후 보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등 과잉 진료 논란이 있는 항목도 폭넓게 보장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탈 이유가 크지 않은 것이다.
관건은 정부의 유인책이 얼마나 기존 가입자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업계에서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5세대 전환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전환 추이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2·3세대에서 4세대로의 계약 전환 건수는 2021년 하반기 10만4794건에서 2022년 56만8362건으로 급증한 뒤, 2023년 67만165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4년 56만4796건, 2025년 37만8584건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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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재매입이 의무가 아닌 만큼 보험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 규제 완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 감독규정상 실손보험료는 연간 25% 범위에서만 인상이 가능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특정 시기에 전환 건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할인 제도 등 특단의 유인책이 있었다"며 "계약 재매입 가격이 보험료와 보험금 간 차이로 확정된다면, 최소한 보험료 인상 폭에 대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고 이 같은 내용을 금융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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