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황제 칼리굴라 닮은 트럼프 광기
핵 확산 위기에 안전자산 공식 무너져
금 매도 마진콜 충당…고금리 장기화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폭음이 아닌, 흐느낌으로." T.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The Hollow Men)'의 한 구절이다. 이 시가 발표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 시구는 섬뜩할 정도로 불길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현 이란전쟁 시국에서는 두 가지 결말 중 어느 쪽이 될지 금방 알 것 같기도 하다.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충돌이 핵 종말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흐느낌'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바닥에서 나오는 '외침' 정도에 그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 직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적 고통은 고용 창출을 위한 보호무역주의와 국방지출 증가를 촉발한다. 이는 또다시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적 기저와 군사적 모험주의로 연결된다. 역사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번에는 위협의 규모가 더 크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표현을 빌리면 "이란 전쟁은 새로운 핵확산의 물결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 전 세계 강대국들은 적대감 속에서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것을 다 살필 수 없더라도, 소비자·기업·투자자 신뢰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살펴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불확실성과 우려의 상황이 아니라, 충격과 트라우마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장기적인 미래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미래가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면 누가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어하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쿠바, 멕시코, 그린란드, 캐나다 등 여러 나라를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비용 구조는 위태로워졌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이는 그의 성급한 행동 중 일부일 뿐이다. 금융시장은 이 같은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보이는 견조함은 이것이 미래 위협을 선반영해 낙관적 시각을 취하게 하는 시장의 특성 때문인지, 재앙이 임박했음에도 투자자들의 잘못된 믿음이 자금 유입을 보장하고 있어서인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0일 블로그에서 "세계는 또 하나의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IMF는 중동 전쟁이 해당 지역은 물론 그 너머의 삶과 생계를 뒤흔들고 있으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도세는 과거 글로벌 충격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나, 전 세계 금융 여건은 긴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 판단한다.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인공지능(AI) 버블 붕괴와 이로 인한 미 증시 침체 정도를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디스토피아적 위협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시각으로 최근 시장을 살피면 두 가지 뚜렷한 이상현상을 포착할 수 있다. '달러 강세'와 '금 가격 하락'이다. 전쟁 기간 대규모 충돌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고려할 때 달러는 약세를 보여야 논리적이다. 온스당 5000달러를 크게 웃돌던 금 가격이 400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한 것도 선뜻 이해할 수 없다. 금은 금융·지정학적 혼란기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안전자산이다.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까지는 제한적인 규모에 그쳤다. 부분적으로 주식은 고평가됐고, 채권 발행은 넘쳐나며, 사모 시장에서는 유동성 부족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수 있다. 자금을 옮길 만한 피난처가 거의 없기에, 달러를 쥐고 금을 사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이면은 더욱 복잡해 보인다. 지난 1일 'S&P글로벌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 투자와 관련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을 충족하기 위해 금을 매도해 왔다고 했다. 일부 중앙은행들도 중동 전쟁과 그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금융적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 외화보유액을 확충하기 위해 금을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논평에 따르면, 달러 강세는 단순히 위험 회피 성향의 결과가 아니다. 이들은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안전자산으로 달러 자산의 매력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 가격이 내리는 배경으로는 '차입 비용(금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영향'이 지목됐다. 금리는 일반적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함을 넘어서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면 광기 어린 로마 황제였던 칼리굴라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애마 '인키타투스'를 집정관으로 임명하려 했다. 로마 원로원 등 당시 권력 구조를 조롱하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한데, 칼리굴라가 가진 절대권력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앤서니 로울리 아시아지역 경제·금융전문 기자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Can world markets ride out the rest of Trump's reign?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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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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