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휴전 이끈 파키스탄…외교 성과 뒤 경제 압박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있어 파키스탄이 중재국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이란 문명 자체를 파괴하겠다'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을 한 시간 반 정도 남겨두고 극적 합의를 끌어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다만 이 같은 중재의 이면에는 자국 내 에너지 불안을 반드시 막아야 했던 파키스탄의 절박한 경제적 상황이 작용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쌍방간 휴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란군을 지휘 중인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도 "미국이 제안한 2주간의 휴전을 수용했다. 다만 전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군의 통제하에 2주 동안 통행이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파키스탄이 이번 휴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이들이 오늘 밤 이란을 향해 투입될 파괴적 군사작전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외무장관인 아바스 아라그치도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지역 전쟁 종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준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전쟁 초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미국,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교전 당사자들 사이에서 소통 채널 역할을 맡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가 수천명의 사망자를 낳고 더 광범위한 경제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전쟁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이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 마이클 쿠겔먼은 "이는 파키스탄에 있어 중대한 외교적 성과이자,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외교 성공 사례 중 하나"라며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세계가 최근 몇 년 사이 목격한 가장 심각한 분쟁 가운데 하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면에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파키스탄의 경제 상황도 있다.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은 현재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파키스탄으로서는 이 분쟁을 해결하고, 자국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지 않도록 할 강한 유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아랍에미리트(UAE)와 30억달러 규모 대출의 만기 연장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는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에 약 12% 수준의 타격을 주는 것이다. 자국 통화에도 압박을 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까지 부추기고 있던 만큼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중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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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에서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운 파키스탄은 앞으로 경제적 압박을 덜어내는 동시에 새롭게 확보한 지정학적 입지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에서 남아시아 이니셔티브를 맡은 파르와 아메르는 "두드러지는 점은 파키스탄이 주변적 행위자에서 적대하는 당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중재자로 재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후속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현실화한다면, 이는 단지 위기관리의 한순간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지역 및 국제 외교 위상의 지속적인 격상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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