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제는 인프라다①]전기차 100만 돌파, 인프라 승자독식이 시작됐다
국제유가 변동성·정부지원에 전기차 판매 102만 돌파
충전 인프라 시장 급부상…선도 사업자 중심 고성장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이 본격화됐다. 전기차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충전 수요의 구조적 증가를 의미한다. 특히 전기차 보급 속도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급속충전 인프라의 역할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임계점 넘었다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전기차 누적 판매는 102만859대를 기록하며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달 전기차 판매는 4만1204대로 집계되며 사상 처음으로 월간 판매 4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월(3만6332대)에 이어 다시 한번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시장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1분기(1~3월) 누적 판매는 8만7627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전기차 침투율은 2025년 처음으로 10%(12.9%)를 넘어선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21.5%까지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신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로 출고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기차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 중 전기차 점유율은 3.7%로, 글로벌 평균을 웃돌며 중국과 노르웨이 등 주요 전기차 선도 국가에 이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전기차 판매가 하이브리드를 앞서며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3월 수입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1만6249대(4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하이브리드(1만4585대·42.9%)를 넘어섰다. 국산차 시장에서도 전기차는 2만4955대(19.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브랜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며 전년 동기 대비 335.1% 증가한 2만964대를 기록했다. 특히 3월에는 1만113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존 기록(2020년 12월·9546대)을 넘어선 수치다.
누적판매 대수 100만대 돌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전기차 생태계에서 100만대는 중요한 임계점으로 여겨진다. 충전소 이용자가 늘어나고, 충전 관련 서비스 생태계가 두터워지며,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특별한 선택'이 아닌 '일상적 선택'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태계 전반이 '초기 보급 단계'를 지나 '본격 확산 단계'로 진입했다.
시장·정책·유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불붙는 수요
완성차 업계의 가격 인하와 프로모션 경쟁이 소비자 구매 심리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라인업 다변화, 테슬라·비야디(BYD) 등 수입 전기차의 공격적 가격 인하가 맞물리며 선택지도 넓어졌다.
특히 아이오닉 9이 내연기관차를 제치고 '올해의 차'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는 성능 측면에서도 내연기관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다.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차량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에 근접하면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주요 장벽들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유지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13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신설했으며, 국산 전기차 판매에 대한 세액공제도 검토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편성한 30만대 규모의 보조금 예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가운데, 정부는 '국비 우선 지원 및 사후 정산 방식'을 도입해 보조금 지급 공백을 해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소진된 이후에도 전기차를 계약한 구매자는 국비를 통해 지방비를 포함한 보조금 전액을 우선 지원받을 수 있으며, 초과 지급된 국비는 추후 지방정부와 정산한다. 아울러 자원안보 위기경보 격상에 따른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강화 조치에서도 전기차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1월5일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자동차 판매사는 연도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하며, 미달 시 '저공해자동차 보급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개정 이전에는 휘발유차 1대 판매를 전기차 0.6대로 인정하는 방식 덕분에 실질적인 기여금 부과 사례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내연기관차의 실적 산정 비율이 '0'으로 수정되면서 규제가 즉각적인 실질 수단으로 전환됐다. 목표를 20% 미달할 경우 2030년 기준 약 5100억원 규모의 기여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사실상 내연기관 판매에 대한 구조적 페널티 체계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가 전기차의 경제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국제유가는 요동치고, 그 충격은 주유소 가격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내연기관차 연료비는 국제유가에 직결되지만 전기차 충전 요금은 발전 설비·송배전·운영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분산 구조로 결정된다.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발전원 다변화가 진행될수록 유가 영향은 더욱 제한적이 된다. 유가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반복될수록 전기차 전환 속도는 빨라진다.
급속충전 인프라, 승자독식이 시작됐다
한국은 공동주택 비중이 79.6%에 달한다. 지난 1월 완속 의무설치 이행강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주차면을 삭감하고 충전기 수량을 늘리던 완속 공급 모델은 동력을 상실했다. 반면 전기차 보급 속도는 가속되고 있다. 비공용 중심에서 공용 중심으로, 완속에서 급속으로의 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현재 전기차 16대당 급속 충전기는 고작 1대에 불과하고, 2030년에는 29대당 1대로 공급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올 1분기 급속충전 인프라 순증가량은 100기에 그쳐 약 2000기가 증가했던 지난해 1분기 대비 95% 감소했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사실상 멈춘 구조다.
공용 급속 시장은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대규모 수전 설비, 고압 전력 인입, 부지 확보 등 복합적인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 여기에 장기간 운영을 통해 축적된 충전 데이터와 신속한 유지보수 체계까지 검증돼야 한다. 이 모든 요소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먼저 자리 잡은 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그 결과 시장은 채비·SK·롯데 중심의 '빅3' 체제로 재편됐다.
'빅3' 구도 속에서도 사업자 간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채비는 타 CPO 대비 서울 지역에서 약 2배, 전국 기준으로도 1.3배 높은 가동률을 기록하며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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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기존 급속 충전 거점의 가동률은 빠르게 상승하고, 핵심 입지를 선점한 사업자의 수익성은 가파르게 개선된다"며 "신규 진입자가 끼어들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먼저 자리를 잡은 사업자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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