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휴전에 안도한 세계…정치적 위기 돌파구 찾은 트럼프(종합)
"문명 파괴"서 휴전 수용 급선회
이란 '저항의 축' 결속 시간 벌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과의 2주간 휴전안에 합의했다. 이란과의 합의시한을 불과 1시간30분 정도 남겨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란 문명 자체를 파괴하겠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입장 선회는 이란의 해협 개방 의사가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탄핵 여론이 조성되고 물가가 치솟는 상황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도 극심한 전쟁피해와 지휘체계 붕괴 등을 수습하기 위해 휴전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휴전안 전격 수용한 트럼프…"정치적 부담에 출구전략 택해"
7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후 6시30분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이란과의 합의시한을 불과 1시간30분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이란과의 2주간 휴전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쌍방 간 휴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휴전안을 둔 협상을 진행했다. 휴전 발표 전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이란을 압박하면서 협상의 향방에 전 세계가 집중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밤 한 문명(이란)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안 합의 발표 이후 미군도 이란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도 해당 휴전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란 측도 해당 휴전안을 수용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샤리프 총리와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이들이 오늘 밤 이란을 향해 투입될 파괴적 군사작전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군을 지휘 중인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미국이 제안한 2주간의 휴전을 수용했다. 다만 전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군의 통제하에 2주 동안 통행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美 민주당서 탄핵 제안·지지율 급감 등 정치적 부담 작용
휴전 발표 직전까지 이란에 대한 강경 압박을 지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휴전으로 급선회한 배경으로는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감이 꼽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민주당 의원 50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헌법 수정 제25조의 발동을 연명으로 공개요구했다. 헌법수정 제25조는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동의가 있을 시 대통령의 직무를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으로 미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발효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무분별한 확전을 일으키려 한다며 그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낮아지는 것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가 유거브에 의뢰해 지난달 말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나타나 집권 2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민심이 크게 이반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추락하는 추세를 우려했고 공화당 의원들도 불안을 보여왔다"며 "확전 시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않으면 전쟁을 끝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계속 모색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피해 수습시간 번 이란…'저항의 축' 단결 나서나
그동안 미국의 휴전제안을 거부하며 자체적인 종전제안을 주장했던 이란도 이번에는 즉각적으로 휴전 제안을 받아들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안 발표 직후 이날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번 휴전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의 이란 불가침과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보유, 미군 병력 철수 등 10개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요구안에 대해 "협상을 위한 실행 가능한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규모 공습을 우려했던 이란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CNN에 따르면 이란은 전후 3000명에서 1만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정부 및 군 수뇌부 수십 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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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란은 이번 휴전으로 '저항의 축'이라 불려온 중동 내 시아파 군벌들과의 결속을 다시 강화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자지라 방송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예멘 후티반군 등 이란의 일명 '저항의 축' 세력들은 전쟁 초반 이란의 지원 요청에도 개별적으로 미국, 이스라엘과 공격중단을 합의하며 전선에서 이탈하고 있었다"며 "이번 휴전으로 이란이 다시 이런 지원세력들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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