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대응, AI 활용 지침 등
교사 "홀로 책임 떠안는다" 우려

교육부가 악성 민원 대응 체계와 인공지능(AI) 활용 수행평가 지침 등 교사 보호·평가 개선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사 개인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을, 중등교사들은 평가 민원과 AI 수행평가 부담을 사실상 홀로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보고 있다. 추모공간은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옆이며 오전 9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보고 있다. 추모공간은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옆이며 오전 9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AD
원본보기 아이콘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6일 전국 초등교사 9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민원 대응체계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원 발생 시 학교 차원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1.1%에 그쳤다. '민원 경험이 없다'는 응답을 제외하면 881명 중 87.5%는 학교 차원의 실질적 지원을 받지 못한 셈이다.

공식 창구가 아닌 교사 개인 연락처로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도 '사실상 거절이 어렵거나 응대를 요구받는 분위기'라는 응답이 34.8%, '학교 차원의 보호 조치가 전혀 없다'는 응답이 29.9%, '제도는 있지만 교사 개인이 알아서 거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28.8%로 나타났다. 초등교사노조는 이를 근거로 응답자의 93.5%가 사실상 민원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교육부가 교사 개인 연락처를 통한 민원 접수를 줄이겠다며 도입한 상담 예약 시스템 '이어드림'은 사용률이 0.5%에 그쳐 현장 체감은 낮았다.


중등교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평가'에 집중됐다. 7일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전국 중등교사 2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는 교육부의 AI 활용 수행평가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I 활용 수행평가 과정에서 '부정행위 판단이나 민원이 발생할 경우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응답도 94%에 달했다. 평가 관련 민원 발생 시 현재의 지침과 교육당국 지원 체계가 실질적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전가된다고 본 응답도 75%였다.

AD

결국 문제의 양상은 다르지만 현장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교사 개인이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중등 교사 모두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초등노조 관계자는 "교사 보호의 핵심은 매뉴얼이나 시스템을 추가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교사를 개인 단위로 최전선에 세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