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유통법' 손질하나…공정위, T커머스·이커머스 제도 개편 신호탄
온라인 '구조적 갑질' 손본다
오프라인 중심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위원회가 티(T)커머스와 이커머스 업계를 동시에 정조준했다. 급성장한 온라인 유통 시장에 누적된 불공정 거래 관행을 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맞춰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신세계라이브쇼핑과 컬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양사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공정위가 주목한 핵심은 플랫폼의 '이중적 지위'다. 플랫폼은 입점업체를 연결하는 중개자인 동시에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운영이나 직매입을 병행하면서 입점업체와 경쟁 관계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나 추천 영역에 우선 노출하는 '셀프 프리퍼런싱(Self-preferencing)'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행위가 입점업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행 법체계로는 명확히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과 제도 간 괴리도 뚜렷하다. 국내 유통 산업은 이미 오프라인 중심에서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규제는 여전히 '대규모유통업법' 등 오프라인 거래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거래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티커머스는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평가다. TV 채널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집중돼 있어 방송 시간대, 편성 횟수, 수수료 등 핵심 조건이 사실상 플랫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명확한 계약 없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이지 않는 갑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커머스 역시 판촉비·광고비 전가, 정산 지연, 일방적 계약 변경, 노출 알고리즘 조정 등 유사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그간 개별 사건 중심으로 대응해왔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논의와 함께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범위 확대,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 제도 전반을 손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다.
이번 조사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 점검을 넘어선 '핀셋 조사'라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공정위가 신고·제보를 바탕으로 특정 사안을 겨냥한 조사를 확대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컬리는 2024년 납품업체에 판촉비를 부담시킨 행위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내부 거래 구조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알고리즘 투명성, 수수료 구조, 정산 주기 등 플랫폼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규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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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유통은 '혁신 산업'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규제 적용이 느슨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전통 유통과 유사한 수준의 규율이 적용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기업 조사로 끝나기보다 업계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비나 입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모델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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