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방안 마련 소극적인 한국
"일괄 규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

세계 각국이 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우리나라의 규제 입법은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관련 법안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사이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SNS 기업 등은 청소년 유해 콘텐츠 노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대응방안 마련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뭐 하나… 해외는 전면 금지하는데 한국만 '제자리걸음' [청소년 SN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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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총 7개의 청소년 SNS 규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이다. 법안의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주로 청소년 또는 아동에게 노출되는 SNS 게시글의 자동화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해 콘텐츠의 반복 노출을 야기하는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의 SNS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안들은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제한하거나, 알고리즘 노출을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만 14세 이하 청소년의 SNS 가입을 막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해 관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있다. 다만 현재 발의된 7개 법안은 진행 상황이 더딘 편으로 모두 소관 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오랜 심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의 SNS 이용을 일괄 제한하는 것보다 연령대에 따라 단계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가지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단계적인 조치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 SNS 금지법에 대해 "저연령 아동층과 일정 수준의 인지력과 경험을 갖춘 청소년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국가들은 청소년들의 SNS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방식의 규제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16세 미만 호주 청소년이 X나 틱톡 등 SNS에 계정을 만들면 해당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1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인도네시아도 지난달 28일부터 만 16세 미만 이용자들의 SNS 계정 생성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고,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영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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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일괄 규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의 SNS 계정 삭제나 이용 금지와 같은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이미 SNS 금지법을 시행한 국가들에서 우회 경로를 통해 SNS를 이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NS 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현지 청소년들은 간단한 우회 절차를 거쳐 여전히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사용하고 있다. 얼굴 인증 과정에서 콧수염을 붙이거나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장을 통해 성인 인증을 받는 방식이다. 호주에서 법 시행 이후 폐쇄된 청소년의 페이스북 계정은 나이를 인증해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신분증뿐 아니라 얼굴 인식을 통한 나이 인증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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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역시 막기 어렵다. VPN을 통해 접속 중인 IP를 SNS 금지법이 없는 다른 나라의 IP로 바꾸는 식이기에 SNS 플랫폼 차원에서 이를 감지해내기는 어렵다. 이 밖에도 성인인 가족의 신원정보나 타인의 개인정보로 SNS 계정을 이용하는 경우도 다수다. 호주 당국도 SNS 금지법의 시행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대규모 개혁은 항상 그렇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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