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직전 로스쿨, 합격률 80%는 최소한의 구명조끼"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합격률 탓에 로스쿨이 고시학원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모든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이 홀대받으면서 법학의 토대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전국 로스쿨에서 신규 임용된 법철학 교수가 단 1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학 교육의 파행은 결과적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인 '리걸 마인드'의 부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경고다.
최봉경 법학교수회 회장
낮은 합격률…피상적 공부 치중
정의 구현보다 '법 기술자' 성격
심화학습 전념·교수진 유지 동력
'선택과목 이수제' 도입 필요
"지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물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로 높이자는 제안은 망가진 법학 교육을 살리기 위해 던지는 최소한의 구명조끼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서울대 로스쿨 교수)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합격률 탓에 로스쿨이 고시학원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깊이 있는 법학 공부 대신 시험 합격만을 위한 요약본 위주의 피상적인 공부에 치중하면서 법학의 깊고 넓은 세계를 맛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학원에서) '3일 특강'만 들으면 통과하는 선택과목을 외면하면서 인권법, 노동법, 환경법 등 수많은 법학 과목이 폐강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이 국제법이나 국제거래법 등 선택과목 교수를 채용하지 않은 지 오래됐고, 현직 교수들마저 매 학기 폐강을 걱정하며 자격지심을 느끼는 등 법학계 전반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법학의 단절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 회장은 "모든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이 홀대받으면서 법학의 토대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전국 로스쿨에서 신규 임용된 법철학 교수가 단 1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학 교육의 파행은 결과적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인 '리걸 마인드(Legal Mind)'의 부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경고다. 배출된 법조인들이 정의 구현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법 기술자'로서의 면모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이 90% 이상인 것과 대조하며 "예측 가능한 법조 시장 형성과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합격률 상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수회가 올해(15회)부터 합격률을 매년 5%포인트씩 올려 2031년 80%에 도달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더니, 누적 불합격자가 해소되면서 2031년부터 연간 합격자 수가 약 1800명으로 수렴했다. 이는 현재 배출 인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국내 법률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변호사들이 전통적으로 집중해온 송무 시장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시장은 기업의 정책 수립 및 자문, 국제 법률 서비스,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블루오션 등 무궁무진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선택과목 이수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변호사시험 과목에 포함된 선택과목을 시험에서 제외하는 대신 대학 내 졸업 이수 요건으로 전환하면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심화 학습에 전념할 수 있고, 대학은 전문 교수진을 유지할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의 시험 관리 부담 완화로도 이어져 교육 주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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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법(法)의 어원이 사사로움을 땅 밑에 묻고 중립을 지키는 것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이 평생토록 공정의 평형대를 걸어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은 현세대의 중대한 숙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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