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 '사외이사 단임제' 제외…CEO 추천 '전원 서명제' 의무화
사외이사 임기 제한 대신 평가·책임 강화
CEO 후보 추천 임추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법제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핵심 과제로 검토해온 '사외이사 3년 단임제'를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거수기' 논란을 빚어온 사외이사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 경영진 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전부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법제화하고, 후보 추천 시 사외이사 전원 서명제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CEO 선임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도입 철회…이사회 평가·공시 강화
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제' 또는 '2년 임기 후 1년 연임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현재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통상 2년 임기 후 1년씩 연임하는 방식으로 최장 6년까지 재직할 수 있다. 단임제 구상은 연임을 의식한 사외이사의 CEO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임기 제한으로 인한 전문성 약화 우려와 일반 상장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민간 기업 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 등이 일면서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단임제 도입을 사실상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적인 임기 제한보다 실질적 책임 강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대신 사외이사 평가를 대폭 강화해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둘 계획이다. 금융지주가 컨설팅사 등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사외이사 활동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상세히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주주총회와 연계해 주총에서 선임 반대 비율이 높은 사외이사의 연임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공개되면 부적격 이사는 자연스럽게 퇴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처럼 사외이사가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씩 임기를 계속 연장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EO 후보 추천 임추위 전원 사외이사로…사외이사 서명제 도입
금융당국은 CEO 후보 추천 과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임추위 구성 요건을 대폭 손질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은 CEO 후보 추천 임추위 내 사외이사 비중을 전체의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회장은 지금까지 회의 참석은 가능하되 의결권만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회의 자체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이는 임추위에 대한 금융지주 회장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한층 강화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로 참호를 구축해 장기 집권하는 이른바 '셀프 연임' 구조를 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법 개정만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CEO가 자신의 연임을 결정하는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법 개정은 형식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CEO 후보 추천 및 검증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전원 서명제도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지주 CEO 후보가 법 위반 여부나 자격 요건을 스스로 점검하고 서명하는, 이른바 '셀프 검증'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사회가 후보자의 진술에 의존해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전원 서명제가 도입되면 임추위에 참여한 사외이사들이 CEO 후보의 적격성을 직접 확인하고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CEO 재직 중 금융사고나 배임·횡령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CEO를 추천한 사외이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지배구조법상 대표이사 등 경영진은 내부통제 의무 위반 시 제재를 받는다. 만약 CEO 감시·견제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면 전원 서명제가 경영진에 집중됐던 책임 구조를 이사회 전반으로 한층 더 확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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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주총 결의를 통해 해임이 가능하지만,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커 실제 해임 사례는 드물었다"며 "관련 제도가 도입되면 후보 추천 시 검증 미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근거가 보다 명확해지고,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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