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부담 큰데 보상 없다
퍼스트펭귄 주저하는 이유
"패자부활전이 필요한 분들이 갈 겁니다."
A부장검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대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승진에서 밀려 야인 생활을 했거나 한직에 머물러온 이들이 '커리어 반전'을 노리고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좌천과 지방 근무를 반복해온 B차장검사도 "나한테는 중수청밖에 퇴로가 없다"는 말을 했다. C지검장은 "□□□ 검사장 정도는 중수청장으로 가야 조직이 돌아가고, 아니면 망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하마평을 올렸다.
누가 갈 것이냐. 중수청의 '퍼스트펭귄'을 놓고 검사들의 말이 분분하다. 물론 A, B, C 검사와 달리 희망적으로 보는 D검사도 있다. 그는 대검, 중앙지검, 법무부에 이어 중수청까지 경험한 커리어는 향후 로펌 시장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사 한 명이라도 루트를 뚫으면, 경로를 따라가려는 후배들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로펌에선 "공소청에 남아 있는 검사들은 더 이상 모셔올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한다. 경찰도 본청을 거쳐 중수청까지 경험한 뒤 로펌으로 이동을 염두에 둔 입직 설계가 늘고 있다고 한다. 불송치권과 직접수사권을 경험한 이력은 로펌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처럼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을 '공적 조직'이 아니라 '단기간 있을 경력 투자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생 조직의 불안정성을 감수하고 들어갈 만큼의 유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수청행 자체가 일종의 도박이 될 수 있어서다. 검찰의 폐쇄적 조직 문화도 여기에 작용한다. 기수 중심, 동일체 의식, 순혈주의가 강한 검사들에게 중수청행은 초기에는 '이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검사들을 끌어올 정도로 중수청 법안에 담긴 유인책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인력을 수사관으로 일원화하고 1~9급 단일 직급 체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사법관' 제도는 빠졌다. 행정안전부 산하 조직으로 편제되면서 기본급과 연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중수청의 성패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 달려 있다. 퍼스트펭귄이 누가 될 것이냐는 인사 문제만은 아니다. 커리어를 위한 단기 발판으로 중수청을 택하려는 인력이 중심이 된다면 조직의 출발점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사 역량을 축적하려는 사람들이 중심을 잡는다면 안착할 것이다. 경찰만으로 중수청이 충분할 거라 단정할 수 있을까. 현재 경찰의 금융·기업 수사를 보면 예상이 가능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건은 소환 조사를 다섯 차례나 하고도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쿠팡 수사 TF도 총 86명을 투입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해럴드 로저스 임시대표를 두 차례 조사한 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수사의 답보 상태가 중수청에서 반복되길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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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은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을 기치로 출범한 조직이다. 치밀하게 설계해 제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수청마저 삐끗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또 이런 말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중수청, 공수처… 도대체 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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