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단 1배럴·1톤이라도 더" 총력전
집중적인 원유 확보·물가방어
'신호등 상황판'으로 70~80개 품목 수급·가격 매일 점검
강훈식, 7일 카자흐·오만·사우디行
김용범 "가격 인상 불가피"…3개월 직접충격·6개월 간접충격 기준 대응
호르무즈 내 韓선박 26척 문제는 국제 공조로
오전 8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 현안점검회의 테이블 위에는 전날 밤부터 각 부처가 실무대응반에 올린 두툼한 보고서가 올라온다. 페인트, 종량제 봉투, 요소수, 콘크리트, 수액제, 주사기까지 70~80개 품목의 수급과 가격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실시간 신호등 시스템'이다. 이상이 없으면 파란색, 2~3개월 내 인상 가능성이 있으면 노란색, 1개월 안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주황색, 실제 가격 압력이 현실화한 품목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주황색이 노란색으로, 노란색이 다시 파란색으로 바뀌면 회의 참석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다고 한다.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을 겸하고 있는 강 실장은 전날(7일) 김용범 정책실장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대응 상황을 설명하며 "색깔 하나 바꾸는 절박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고, 국민들의 혼돈과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시간 경제 위험 요인 있을 것 같지만 큰 지표 나쁘지 않은 만큼 잘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보는 이번 위기의 본질은 거시지표보다 시차를 두고 번질 경제 충격에 있다. 당장 수출과 소비는 견조하다. 3월 수출은 861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4월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역시 신용카드 사용액 기준으로 견조하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그러나 강 실장은 "거시경제 지표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비상 상황이 이미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고 그 여파가 얼마나 갈지 모르는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유와 원료, 해상 물류, 생필품 가격 충격이 민생으로 번져들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에 강 실장은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산업통상부와 민간 기업들과 함께 전날 저녁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로 급거 출장을 떠났다. 그는 이번 방문을 "장기적 수급에 대한 대비"라며 "단 1배럴만이라도 원유를 더 가지고 오고, 단 1t의 나프타라도 더 확보할 수 있으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와 24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다른 나라보다 우선 공급받기로 합의한 것이 단기 처방이었다면, 이번 특사 행보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중장기 공급선 확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도입 의존도가 원유 61%, 나프타 54%에 이른다. 정부는 4~5개월분 대체 원유 1억1000만배럴을 17개국에서 확보했지만, 정유공장 가동과 나프타 공급은 전쟁 이후 10~20% 줄어든 상태다.
원유·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은 당장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강 실장과 역할을 나눠 맡아 비상경제상황실 부실장을 겸하고 있는 김용범 정책실장은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제일 급한 것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타의 경우 수급이 불안해지면 수개월 뒤 수액제와 주사기, 플라스틱 수지, 생활필수품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된다. 김 실장이 당장 가격이 올랐더라도 물량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정부가 이번 추경에 나프타 가격 보조 성격의 예산을 반영하고, 정책금융과 세금 유예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실장도 "원유와 나프타 가격 자체가 올라가 버렸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원유 가격 인상, 나프타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한 번에 전가되지 않도록 공급자의 부담을 일정 부분 정부가 나눠 떠안겠다는 게 청와대 구상이다.
중동 전쟁 상황과 여파를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청와대는 '3개월 직접 충격·6개월 간접 충격'을 고려해 재정을 운용할 방침이다. 전황, 호르무즈 통항, 국제 공조, 산유국의 태도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직접 충격 3개월, 간접 충격 6개월 정도를 상정하고 이번 26.2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는 상황이 6개월 안에 끝난다는 낙관론이 아닌 정부가 책임 있게 설계할 수 있는 방어선이 그 정도라는 뜻에 더 가깝다. 당장 3개월은 원유·나프타 확보와 가격 급등·필수품목 수급 문제를 막는 기간이고, 이후 6개월은 그 여파가 산업과 물가와 소비로 번지는 것을 흡수하는 기간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우리 국적 선박 26척이 대기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국제적 협력 구도 등을 최우선에 두고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호르무즈 해협 안에 2000척이 넘는 선박이 얽혀 있는 만큼 특정 국가 사례를 끌어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실관계와도 다를 수 있고, 외교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가 이 문제를 개별 선박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국제 질서와 해상 안전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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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청와대는 인도적 지원과 해협 통과 문제를 연계하는 방식이나, 이란과의 일대일 거래식 해법에도 선을 긋고 있다. 자칫 한국 선박 문제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소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성급하게 우리 국적 선박을 빼 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제 공조 틀 안에서 움직이면서 원유와 나프타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 충격이 국내 물가와 민생으로 번지지 않도록 시간을 버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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