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위기에 211일 만에 만난 여·야·정…李, 손 맞잡게 하며 '협치' 회동
李대통령, '통합 넥타이' 매고 중재
정청래·장동혁에 먼저 대화 제안 "이게 말리는 과정"
추경 두고 이견 주고 받아…李 "이래서 대화할 필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211일 만에 다시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련된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오찬'은 모처럼 여야정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장 대표가 함께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211일 만이다. 지난 2월 12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담이 개최 1시간 전 장 대표 측 불참 통보로 무산된 점까지 감안하면, 이날 회동은 두 달 만에 비로소 성사된 셈이다. 이날 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강준현 수석대변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최보윤 수석대변인,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홍익표 대통령실 정무수석, 정을호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각각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함께 들어간 이른바 '통합 넥타이'를 맸다. 정 대표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 넥타이를, 장 대표는 붉은색 넥타이를 각각 착용했다. 청와대는 이날 넥타이에 대해 민생경제가 전시 상황인 시기에 여야정이 함께 위기 극복에 나서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정 대표에게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장 대표에게는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함께 온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에게도 "어서 오세요. 고맙습니다"라고 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님"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아이고, 키도 크신데"라고 받아치며 함께 웃었다.
참석자들은 먼저 오찬장에 들어와 잠시 담소를 나눈 뒤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전원 오찬장 밖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두 분이 요즘도 손 안 잡고 그러는 것 아니죠. 연습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며 두 사람의 손을 직접 맞잡게 했고, 그 위에 자신의 손까지 포갰다. 두 대표는 물론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웃으며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기념촬영을 마친 참석자들은 다시 오찬장으로 들어왔고,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착석하면서 공개 회담이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홍익표 정무수석이 장 대표의 모두발언을 먼저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손님 먼저"라고 했고, 장 대표는 "먼저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가지고"라고 받아쳤다. 홍 수석이 "오늘은 사회자의 룰을 따라주시면 고맙겠다"고 하자 장 대표는 "뒤통수가 따갑긴 하지만 시작을 해보겠다"고 말해 회담장에 다시 웃음이 흘렀다.
공개 발언이 이어지면서는 농담 속에도 뼈 있는 말이 오갔다. 장 대표가 추경안을 비판하고, 정 대표가 이를 반박한 뒤 이 대통령 차례가 되자 그는 장 대표를 향해 "약간 억울하시죠? 반박을 당해가지고"라고 말하며 추가 발언 기회를 먼저 줬다. 그러자 장 대표가 "이게 좋은 것 같습니다. 밥은 여의도 돌아가서 먹어도 괜찮습니다"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이게 말리는 과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정 대표가 아쉬움을 드러낸 행정 통합 무산 관련해 화제를 꺼내자 이 대통령은 "원래 반대신문은 주신문에 대한 걸 하는 건데"라고 했고, 장 대표는 "요즘 재판이 예전처럼 법대로 진행되는 게 아니어서"라고 받아쳤다. 웃음이 오가긴 했지만,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추경 항목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짐 운반 지원' 예산을 문제 삼자 즉석에서 "중국 사람으로 (한정) 돼 있으면 그거 삭감하십시오"라면서도 "이것도 팩트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래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여야 간 잦은 소통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의견이 좀 다를 경우에는 사실 만나서 자주 얘기하는 게 좋다"며 "오해는 최소한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자주 이렇게 만나 뵙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고 그런 건 아니고요"라고 말하며 이번 만남이 보여주기식 회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부르는 게 값' 이젠 없어서 못 팔아요…이미 80% ...
한편 이날 오찬 메뉴에도 '화합'의 뜻이 담겼다. 채소와 해물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오방색 해물 잡채가 상에 올랐고, 역시 화합의 의미를 담은 단호박 타락죽이 살치살 구이, 배춧국 등과 함께 차려졌다. 닭가슴살 수삼 깨즙채와 어린잎채소, 계절과일과 코코넛 케이크도 곁들여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