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이 온다]①"양치기 소년 됐다"…5세대 실손 또 연기에 보험 현장 '혼란'
4월→5월 출시 밀리며 고객 신뢰 흔들
반복된 연기에 영업 현장 혼선·고객 불신 확대
정부의 5세대 실손보험 도입 일정이 또다시 연기되면서 보험업계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4월 시행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업계 간 이견 조율과 행정 절차 문제로 출시 시점이 5월로 미뤄지면서 고객 안내와 영업 전략 전반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고객 상담과 내부 교육이 진행된 상황에서 일정이 번복되자 일선 설계사들은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5세대 실손 출시 다음 달 초 가닥…"4월 나온다더니 또 밀렸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을 다음 달 4일쯤 출시하는 방향으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개편은 비중증 비급여 진료의 과잉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본인부담률을 50%까지 높이는 대신 보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5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되면 비중증 비급여 항목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은 50%로 높아진다. 기존 3·4세대 실손보험의 부담률은 30%였으며, 1·2세대는 사실상 환자 부담이 없었다. 보장 한도도 축소된다. 비중증 비급여 통원 치료의 경우 하루 보장 한도가 20만원으로 제한되고, 입원 치료 역시 1회당 300만원의 상한이 적용된다. 대신 보험료는 크게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의 월 보험료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40대 남성의 평균 보험료는 1세대가 약 5만4000원, 4세대가 약 1만5000원 수준인데, 5세대는 이보다 더 낮은 1만원 안팎으로 설정될 전망이다.
당초 5세대 실손보험은 지난해 출시가 목표였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반발, 국정감사 과정에서의 정치권 요구 등이 겹치며 올해 초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 4월 시행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개편 등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결국 한 달 더 늦춰졌다. 국내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출시 지연은 내용상 이견보다 감독규정과 시행규칙 개정 등 절차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5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함께 계약 재매입 방안을 함께 내놓기 위해 발표 시점을 조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출시 번복에 고객 신뢰 흔들…재매입·선택형 특약 시행 변수
2009년 국내 5대 손해보험사에 입사해 실손보험 세대 전환을 모두 겪은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이번 5세대 개편 과정에서 이례적인 혼선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당초 계획은 4월1일부터 5세대 상품 판매를 시작하고 4세대를 종료하는 것이었지만, 시행을 앞두고 일정이 한 달가량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흘러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일정 변경 가능성이 사전에 공식 공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장에는 3월 중순 이후에야 연기 가능성이 전달되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이 관계자는 "3월27일 본사 회의에서야 갑작스럽게 일정 연기 가능성을 안내받았다"며 "실손보험은 재가입 주기가 있는 구조인 만큼 고객들이 전환 시점을 조정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출시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판단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고객 신뢰 훼손이다. 2013년 4월 이후 가입 상품은 재가입 주기가 지나면 5세대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라, 상당수 손보사는 사전에 4세대로의 전환 전략을 안내해 왔다. 그러나 5세대 출시가 미뤄지면서 결과적으로 업계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비칠 수 있게 됐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상품 설계나 준비 단계의 문제는 없었지만, '4월 출시'를 전제로 한 안내가 바뀌면서 고객 신뢰가 흔들리는 것이 가장 큰 애로"라고 말했다. 국내 5대 손보사의 한 지점장(15년 차)도 "현장에서는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된 느낌"이라며 "출시가 지연되면 고객 신뢰 하락의 부담이 고스란히 현장 직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정책 운영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과거 세대 전환 때는 수개월 전부터 사전 예고와 단계적 지침 하달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일정과 세부 방향이 반복적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기준 자체가 불명확해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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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책 신뢰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정이 반복적으로 바뀌면 '정말 시행되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명확한 안내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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