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등록임대 아파트 절반이상 대출규제 '무풍지대'[부동산AtoZ]
서울 강남권 등록임대주택 등기부등본 분석해보니
100억원 현금매수·대출 전액상환…대부업체·개인거래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에는 85평(전용 244㎡) 크기의 임대주택이 한 채 있다. 과거 유명 가수가 임의경매로 낙찰받은 적이 있는 아파트로 2024년 20대가 100억원에 매수했다. 거래가 많지 않아 매매나 전·월세 시세는 분명치 않은데 올해 공시가격은 86억6100만원이다. 올해 1월 다른 층 매물이 맺은 전세 계약은 70억원이었다.
이 집은 5만5000채 넘는 서울 등록 임대 아파트 가운데 공시가격 기준으로 가장 비싸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따로 신고한 임대차 거래 내역이 없다. 국토부가 집계하는 전·월세 실거래가 내역은 2011년 이후부터만 공개돼 있다. 근저당권이 따로 설정돼 있지 않은 점으로 미뤄보면 현재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다주택자의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청담동 사례처럼 초고가 임대 아파트는 무풍지대로 남을 공산이 크다. 7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등록임대주택 가운데 공시가격과 면적 기준 상위 10개 아파트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를 분석한 결과 대출을 대부분 상환했거나 없는 주택은 6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초고가일수록 은행 등 제도권 금융권 대출이 적어 정부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 임대 아파트를 과거 보유했던 집주인은 지역 농협과 대부업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이나 일반 법인, 혹은 다른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도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 증액 5% 상한 등 제약사항이 있는데 해당 규정을 지키는지 여부는 집이 아니라 임대사업자를 기준으로 따져본다"면서 "해당 사업자가 임대료를 신고할 당시 직전 거래내역과 비교하기에 집을 기준으로 현재 입주 여부나 임대차 계약이 어떤 상태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있는 등록 임대 역시 비슷하다. 이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이 60억원에 육박한다. 과거에는 전세금이나 은행 대출, 사인 간 채무 등 아파트를 담보로 한 금융거래가 있었는데 2017년 현 집주인이 매입한 이후에는 따로 없다. 이 집은 2019년 11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공시가 58억2000만원짜리인 서초구 반포자이의 전용 244㎡형 한 채는 법인 보유로, 현재 대출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집주인은 시중 은행이나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했는데 지금은 다 갚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3차 e편한세상에도 83평형 임대주택이 한 채 등록돼 있는데,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지 않다. 한 중소 IT기업이 보유한 서초동 93평 규모 아파트는 매수 초기 은행 대출이 일부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선 대출도 없는 대형 초고가 주택을 등록임대로 설정한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 과거엔 임대료 증액 5% 상한 등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무임대기간 등 조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혜택이 있었다. 하지만 세제나 건강보험료 혜택은 전용 84㎡ 이하만 가능했다. 현직 세무사는 "등록임대주택이 양도세 중과 배제 등 일정한 세제상 혜택을 주지만 강남권 고가 아파트 임대는 크기나 가액 기준에서 이미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세제 혜택이 분명치 않은데 등록임대로 신고해둔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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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출을 낀 고가 임대 아파트는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년 내 만기를 상환해야 한다면 자동연장이 안 되고 신규 대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61평짜리 한 채는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67억원에 달한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의 110~120% 선에서 채권액을 정하는 걸 감안하면 50억원 이상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82억원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244㎡ 규모의 등록임대주택 대출은 2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 초고가 주택의 경우 전액 현금으로 매수하거나 고액 전세를 끼고 있어서 금융권 대출이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주택을 활용한 재테크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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