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묶기' 수법까지 보복대행 범죄에 악용
피싱 피해 막으려 신속성에 중점 둔 지급정지
'장묶' 피해자가 또다른 보복대행 의뢰하기도

#. 이현미씨(41)는 최근 계좌로 출처를 알 수 없는 5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곧바로 은행에 연락해 반환 의사를 밝히려 했지만, 휴일이라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돈을 보내온 인터넷 은행 측에서도 보이스피싱 신고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1시간 뒤 이씨의 명의로 개설된 모든 계좌가 지급정지 상태로 묶였다. 사기 의심 계좌로 신고당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은행에서 입금자에게 연락해도 닿지 않았다"며 "계좌가 묶인 동안 자녀 교육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가족 카드로 대신 결제하는데 정말 지옥처럼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텔레그램에서 '개인 원한을 해결해준다'는 계정에 문의하자 40만원에 대상자의 통장을 3개월간 묶어준다는 안내가 제시됐다. 애초 통장을 사기 의심 계좌로 묶어버린 뒤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사기 수법이었지만, 최근에는 보복대행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에서 '개인 원한을 해결해준다'는 계정에 문의하자 40만원에 대상자의 통장을 3개월간 묶어준다는 안내가 제시됐다. 애초 통장을 사기 의심 계좌로 묶어버린 뒤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사기 수법이었지만, 최근에는 보복대행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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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을 받고 사적 보복을 대리하는 보복대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협박·사기 수법으로 활용돼온 '통장 묶기(장묶)' 수법까지 보복에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8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으로 지급이 정지된 계좌는 2023년 3만1275건, 2024년 3만6564건, 지난해 6만8555건으로 크게 늘었다. 보이스피싱 신고 접수와 지급정지가 빠르게 이뤄진 결과지만, 이씨처럼 정상 거래 계좌까지 함께 묶인 사례도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단속으로 지급정지가 늘었다"면서도 "보복형 통장 묶기 수법도 포함된 수치지만, 따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텔레그램 등을 통해 금전을 받고 사적 보복을 대행하는 범죄가 판치고 있다. 여기에 통장 묶기까지 보복대행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로 신고해 통장을 묶어버린 뒤 입금자명에 연락처와 요구사항을 남겨 돈을 뜯어내는 협박 범죄였다. 이는 대포 통장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범죄자 또는 범죄 조직이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판치는 '보복대행'…"50만원에 '그 녀석' 통장 묶어줄게" 원본보기 아이콘

텔레그램에서 '개인 원한을 해결해준다'는 계정에 문의하자 40만원에 대상자의 통장을 3개월간 묶어준다는 안내가 제시됐다. 의뢰인이 지목한 대상자의 계좌로 입금한 후기도 보여줬다. 최근 경찰이 수사 중인 '배달 플랫폼 정보 유출' 관련 보복대행 사건들도 의뢰인이 이 같은 통장 묶기 수법에 당한 피해자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이들이 다시 보복을 의뢰한 악순환인 것이다.

피해를 봐도 계좌를 풀 방법은 제한적이다. 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저지하기 위해 입금자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경찰에서도 명시적인 협박이나 금전 요구가 있지 않으면 사건 접수 자체가 어렵다. 실제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은행을 여러 차례 방문한 끝에 계좌 동결이 해제되는 데 3주 가까이 소요됐다고 한다.


피해 계좌뿐만 아니라 명의자 계좌가 모두 동결되다 보니 자영업자 등은 피해가 더 크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된다면 사용을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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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지급정지 조치가 신속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신고의 진위나 악용 가능성을 걸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은행 자율로 송금된 금액에 대해서만 지급정지를 할 수도 있지만, 책임 소재 때문에 임의로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송금액 반환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거래가 재개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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