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른 전세에 "차라리 사자"…신고가 잇따르는 서울 외곽 아파트 값
역대 최고가 3건 중 2건이 15억 이하
강서·동대문·영등포·구로 등 두드러져
극심한 전세 매물 부족을 겪고 있는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역대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마땅한 전세 매물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추가 자금 부담이 적은 저가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추세다.
아시아경제가 KB부동산의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신고일 기준)까지 신고된 서울 지역 아파트의 실거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역대 최고가 거래는 총 1496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비중은 1207건으로 80.7%였다. 또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995건으로 66.5%를 차지했다. 최고가 거래 3채 중 2채는 중저가 주택이었던 셈이다.
강남 집값 잡히니 들썩이는 외곽 집값
정부가 고강도 규제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외곽지역에서는 그동안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저가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역대 최고가 경신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고가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은 강서구였다. 이 기간 강서구에서는 총 142건의 최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강서구는 지난 2~3월 서울 지역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 기준)을 구입해 소유권이전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 1만2248명(4월 3일 기준) 중 강서구가 9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노원구가 816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지역 내 아파트가 많은 송파구(755명)가 3위로 강남3구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올랐다. 4위는 성북구(724명), 5위는 구로구(700명)였다.
실제 강서구 일대 역대 최고가 거래 중 89%인 126건의 매매가격은 15억원 이하였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 비중 역시 89%에 달했다. 이 중 51건은 60㎡ 이하 소형 아파트였다.
최고가 거래가 많았던 지역들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영등포(113건), 서대문(72건), 동대문(70건), 양천(70건), 구로(60건), 성북(58건) 등이 대표적이다.
중랑구의 경우 최고가 거래 25건 모두 매매가격이 15억원을 넘지 않았으며, 은평구도 45건 가운데 이 가격을 넘은 거래는 단 2건이었다. 구로 역시 60건 중 58건이 15억원 이하 거래였다.
강동·송파에서도 15억 이하 신고가 경신 잇따라
눈길을 끄는 것은 강남4구로 불리는 송파·강동구다. 강동구가 140건, 송파구가 133건으로 강서구에 이어 역대 최고가 거래가 거래 2·3위를 차지했다. 두 지역 모두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 지역이긴 하지만 최근 강남권 집값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다만 이들 지역 역시 세부 지표를 보면 전반적으로는 최근 중저가 위주 거래 흐름을 반영한다. 강동구는 최고가 거래 140건의 65%인 91건이 15억원 이하 거래였다. 송파구도 133건의 절반인 66건의 거래 가격이 15억원을 넘지 않았다.
강남권의 입지를 누리면서도 단지 인지도 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내집을 구하는 실속파들이 늘면서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비인기 아파트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씨 마른 전세에 값싼 매매로 발길 돌리는 세입자
주목되는 점은 최고가 거래 중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지역 내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심화하고 있는 전세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일선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1월 8억원에 거래됐던 강서구 염창동 태영송화 전용 59㎡는 두 달여만인 지난달 1억원 뛴 9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1999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277가구의 소규모 단지임에도 지난해 2월 이후 24건의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로구 오류동 금강수목원 전용 60㎡는 지난달 8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2021년 9월 7억6900만원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가를 새로 쓴 사례다.
도봉구 쌍문동 솔밭노블리안 전용 47㎡는 2020년 7월(3억1200만원) 이후 거래가 전무했다가 5년 7개월만인 올해 2월 4억1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사례다. 1개 동 81가구의 이 아파트는 나홀로 아파트로 해당 면적은 2020년 7월 이후 거래가 전무했었다.
강서구 화곡동의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저가 아파트 매수자 상당수는 30~40대"라며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렵다 보니 지역 내 인기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해 추가 자금 부담이 적은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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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외곽지역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는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세입자들의 불안심리도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확대가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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