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약물을 치매 치료제로 활용…DGIST "폭주 뇌 면역세포 잠재웠다"[과학을읽다]
엄지원 DGIST 교수팀, 소마토스타틴 기전 세계 첫 규명
기억력 개선까지 확인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치매를 악화시키는 뇌 면역세포의 폭주를 멈추고 다시 '청소부 모드'로 되돌려 기억력까지 개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돌파구가 열렸다는 평가다.
소마토스타틴을 늘린 알츠하이머병 마우스에서 미세아교세포가 항염증성 상태로 전환되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이 감소하고 공간 기억력이 회복됐다. 소마토스타틴이 치매 병리 완화의 핵심 조절 인자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 제공
엄지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 신경물질인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직접 제어해 알츠하이머병을 완화하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찌꺼기가 쌓이고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악화된다. 발병 초기에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어자 역할을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오히려 시냅스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하는 '파괴자'로 바뀐다.
연구팀은 소마토스타틴이 이 폭주한 미세아교세포를 다시 신경 보호 상태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배양 세포 실험에서 찌꺼기를 제거하는 식세포 작용은 크게 높아졌고, 염증성 인자 IL-12 발현은 억제된 반면 항염증 인자 TGF-β는 증가했다. 즉 미세아교세포를 다시 뇌를 보호하는 청소부 역할로 되돌린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에서도 효과는 뚜렷했다. 소마토스타틴 발현을 늘리자 미세아교세포의 과활성화가 억제됐고,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이 크게 줄었다. 특히 행동 분석에서 장기 공간 기억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돼 실제 인지 기능 회복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FDA 승인 약물의 재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연구에 활용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 작용제는 이미 말단비대증 등 다른 질환 치료제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과거 치매 임상에서는 뇌 전달 효율 한계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번에 미세아교세포 표적 기전이 처음 규명되면서 치매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엄지원 DGIST 교수는 "소마토스타틴이 면역세포 상태를 직접 제어해 치매 병리를 완화하고 기억력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처음 입증했다"며 "기존 승인 약물을 활용한 신약 재창출 전략으로 향후 치매와 신경염증 치료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부르는 게 값' 이젠 없어서 못 팔아요…이미 80% ...
이번 연구는 DGIST 정혜지 박사와 현가은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Brain, Behavior, and Immunity(뇌, 행동, 그리고 면역)'에 지난달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