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예산 삭감 "문제없다"더니…부랴부랴 1580억 추경 증액한 정부
중동 위기 고조속 비축유 예산 구조조정해 반토막
정부가 26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에서 석유 비축유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본예산에서 비축유 구입에 사용되는 석유비축사업 출자예산이 지난해보다 30% 넘게 삭감돼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아시아경제 기사(3월12일자 1·3면)에 대해 정부는 '문제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올해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비축유 사업을 지출 구조조정 대상으로 올린 사실도 드러났는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경안 분석에서 지난 2023년 10월부터 이어진 중동 위기 고조 속에서 에너지 안보 위기 대응 역량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아시아경제 지적을 그대로 반영했다.
본지 지적에 "차질없다"더니…130만배럴 구입 계획 "올해 안에" 변경
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이번 추경안에는 비축유 구입, 비축기지 유지보수를 위한 사업 예산이 올해 본예산(550억원) 대비 1580억원 이상 증액된 2140억원으로 편성됐다. 증액 예산 1580억원의 대부분인 1550억원은 비축유 구입에 쓰인다.
소관부처인 산업통상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제5차 석유비축계획(2026~2030)'에 따라 정부 예산으로 5년간 구입할 계획이었던 130만배럴을 올해 안에 구입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130만배럴은 현 비축시설(1억4600만배럴)에서 수용가능한 용량과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대치로, 일일 원유 소비량(약 300만배럴)의 절반 수준이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해 본예산 편성 시 석유비축사업 출자 예산을 '사업우선순위조정'에 따른 지출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전년 대비 절반 수준(53.3%)으로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출자액이 갑자기 반토막 나자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석유공사는 자체 재원 223억원을 동원해 총 5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구매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종래에 석유공사 자체 재원으로 구입해 오던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추가 비축을 포기했다.
예정처는 "이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미흡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석유비축사업 추진 시 국제유가와 환율, 리스크 상황 등을 충분히 반영해 전략적,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해까지 3년째 이어졌고, 이란·이스라엘 간 긴장고조,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6월)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 차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예정처는 "석유비축 제도의 목적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석유비축사업출자의 올 본예산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구조조정한 것은 중장기적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위기 대응 능력이 미흡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예정처의 분석은 아시아경제 지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앞서 아시아경제는 올해 비축유 예산이 553억원으로 전년 799억원 대비 246억원(31%) 삭감됐으며 당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을 감안하면 비축유 구입 단가(국제유가 배럴당 74.66달러, 원·달러 환율 1380원)를 과도하게 낮춰 잡아 예산 조기 소진이 불가피하고 석유 수급에 대한 예측 역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비축유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목표 물량에 맞춰 매입 규모를 줄인 자연 감소"라며 "차질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 짠 추경 예산도 재산정해야
하지만 정부가 추경을 통해 새로 짠 비축유 구입 예산도 재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예정처는 이번 추경안 편성 시 배럴당 유가 96.41달러,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적용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배럴당 유가는 지난달 1~3주간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 평균 가격에 운임과 보험료를 합산해 산정했고, 원·달러 환율은 추경안 편성 시 최근 수치를 적용했다. 그러나 WTI를 비롯한 국제유가가 지난달 첫 주에 비해 2~3주로 갈수록 급등하며 지난달 말 기준 100달러를 넘어섰다.
환율 역시 중동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1460원을 밑도는 일이 없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달 20일경부터는 1500원 수준에 근접하거나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축유 구입 예산안에 중동 전쟁 이전의 환율을 적용함에 따라 실제 목표로 하는 물량의 원유를 구입할 수 없을 우려가 있다고 예정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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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는 "비축유 구입 추경안은 한국석유공사의 자체 재원 활용 가능성과 최근 유가·환율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측면이 있으므로, 산업부는 국회 추경안 심사 시 공사 자체 재원 중 활용 가능한 규모,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추이 등을 고려해 실소요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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