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사무총장 "전세계, 석유·원료 수출제한 멈춰야"
"글로벌 석유시장 최악 시점"
중동에너지 인프라 3분의1 파손
中휘발유 수출 금지…공급쇼크 우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 속 '사재기 경쟁'에 대해 지적했다. 각국이 석유와 연료를 쌓아두는 움직임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석유 시장은 최악의 시점"이라며 각국이 수출 금지나 제한 조치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대형 정유시설을 보유한 국가들은 수출 제한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며 "수출 금지나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국가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 직후 휘발유·디젤유·항공유 수출을 막은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중국의 석유 수출 제한 조치를 언급하며 고유가 랠리가 지속되는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아시아 최대 석유정제업체인 중국석유화공(시노펙)은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의 원유 재고는 이달 기준 약 13억배럴에 달하며, 추가 축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도 일부 석유 제품에 대한 수출세를 인상하며 사실상 공급을 조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롤 총장의 발언은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미국은 지난달 IEA 주도의 4억배럴 상당 전략비축유 방출 과정에서 최대 기여국에 올랐다. 동시에 자국 원유 재고는 전년 대비 5% 늘렸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향후 정제유 수출 제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가스 수출 제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이 원유를 방출하기보다 재고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공급 충격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이달 원유 공급 감소 폭이 지난달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롤 총장은 "해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이달에는 원유와 정제품 공급 감소가 3월의 두 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국제 유가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는 "현재까지 72개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3분의 1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급망 복구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홍해 방향 파이프라인으로 우회한 점은 긍정적 대응 사례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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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롤 총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번 위기는 원자력 부활과 전기차 확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며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 사용 증가라는 역행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 산업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에너지 충격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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