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나프타 수급 불안에 석유화학 구조조정도 속도 지연
울산 사업재편 계획서 지연
"기업별 설비·사업구조 달라
동일 기준 감산 어렵다" 주장
에너지 압보 재편 가능성도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나프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해소를 목표로 추진되던 감산 중심 재편 논의가 에너지 안보와 공급 안정 문제에 밀리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산단별로도 구조조정 진행 속도가 엇갈리며 기존 산업 논리에 기반한 재편 구도 자체가 재조정되는 양상이다.
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울산 산단의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주요 기업들은 정부가 요구한 사업재편 계획서를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하지 못했다. 시한이 지났지만 협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 지역 구조조정 논의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기업 간 이해관계뿐 아니라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대산과 여수는 협업 기반과 합작 구조가 있어 조정이 가능했지만, 울산은 기업별 설비와 사업 구조가 달라 동일 기준 감산이 어렵다"며 "신규 설비와 노후 설비가 혼재된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다. 약 9조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연산 18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대형 설비로, 기존 대비 3~4배 높은 수율을 구현하는 고효율 공정이 적용됐다. 신규 증설과 감산 정책이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SK지오센트릭은 NCC 설비 축소 시 후공정 원료 확보 문제를 안고 있고, 대한유화는 최근 수익성이 개선되며 감산 유인이 크지 않다. 각 사가 처한 상황이 달라 자발적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구조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나프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구조조정 논의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감산보다 생산 유지와 수급 안정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업과 정부 모두 기존 재편 논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방향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동 사태 이후 원유와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 정책 우선순위가 구조조정보다 수급 안정으로 이동한 측면이 있다"며 "감산과 구조조정은 공급을 줄이는 방향인 반면, 현재는 가동률을 유지해 수급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또 누가 우리를 돕지 않은 줄 알아? 한국이야"…...
이어 "향후에는 석유화학 산업 역시 단순한 산업 논리가 아니라 에너지·원료 확보와 연계된 '안보 관점'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기존에 논의됐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다소 완화되고, 국내 수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