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지휘체계 준비해 온 이란
수뇌부 붕괴에도 방공망체계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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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걸프전에서 '공중전의 제왕'이라 불리며 지상공격에서 맹활약했던 F-15 전투기가 이란 상공에서 격추됐다. 개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남은 것은 없다"며 방공망 무력화 성과를 기자회견 때마다 자찬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력 전투기가 떨어진 것이다.


미군은 개전 초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폭사하고 수뇌부 수십명이 사망하면서 사실상 이란군 지휘체계가 무너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개전 직후 하루 3500발에 이르던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횟수도 최근 500발 이하로 줄어들면서 이란 방공망 위력은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발사 횟수만 줄었을 뿐이었다. 이란의 방공망은 계속해서 미군 주요 전력자산들을 격추·파괴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F-35 전투기도 처음으로 피격받아 비상착륙했다. 미군의 무인기(드론) MQ-9 리퍼는 12대가 격추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E-3 조기경보통제기도 폭파됐다.


미군이 이런 생각지도 않은 타격에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은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체계(Mosaic Defense)'를 간과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자이크 방어체계는 지역사령부들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분산형 지휘체계를 뜻한다. 각각 하나의 타일로 구성된 모자이크 문양과도 같은 체계다. 중앙지휘부의 통제력이 다소 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비상시 중앙지휘부가 무너져도 지역사령부들이 자체 메뉴얼에 따라 계속 전투를 수행해나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 모자이크 방어 체계가 수뇌부 붕괴에도 이란군이 계속 미군 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 현지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란은 1975년 베트남전쟁에서 북베트남군이 미군과 교전할 당시 사용한 이 모자이크 방어체계를 수십년간 연구했으며, 이 교리대로 비상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이란군은 모자이크 방어체계에 따라 이란 최고지도자 및 군 수뇌부가 무너지면 31개 이란 지역사령부가 개별 관할 부대들을 총 지휘하고, 사령부가 무너지면 그 예하 부대들이 또 개별 메뉴얼대로 움직인다. 이렇게해서 적으로 하여금 무조건 장기전을 치르도록 유도하고 적이 지칠때까지 탄도미사일, 드론으로 반격한다. 지상군이 쳐들어오면 게릴라전으로 맞서 최후의 한사람까지 싸운다는 것이 이 방어 체계의 기본이다.


이란은 군대 지휘체계 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조차 모자이크 방어체계에 가깝게 설계돼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가원수지만 어디까지나 성직자로서 국정 개입을 최소화한다. 실제 국정은 대통령과 행정부에서 도맡는다. 군대도 최고지도자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최고 통수권자를 맡는 반면, 대통령은 이란 정규군의 최고 통수권자로 돼 있다. 최고지도자와 대통령이 모두 갑자기 사망하면 이란 의회의 국가안보위원회가 바로 군통수권을 지휘하게 된다. 한 국가의 운영 시스템 자체가 거대한 강력한 적과의 장기전을 염두해 둔 것과 같이 설계됐다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처럼 장기전에 특화된 이란의 체제 특성을 간과하고 재래식 전력 격차만을 믿고 진격했다가 지금 큰 낭패를 보고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발목이 잡힌채 초조하게 이란이 협상이 빨리 응해주기만 바라는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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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놓을 맹공을 퍼붓는다고 해도 이 모자이크 방어체계 전체를 무너뜨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험준한 산악지형과 한반도 7.5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초토화시키기에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는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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