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내외 경제전문가 13인 대상 조사
전쟁 여파…물가상승률 전망 높이고, 성장률 낮췄다
韓 물가상승률, 올해 2.4% 가장 많아
성장률 '2% 이상' 전망 줄어…5명 하향 조정

금리 결정 좌우하는 건 '고유가, 고환율, 물가'
"통화정책 대응, 물가에 맞춰질 것"

1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중동 전쟁 이후 전문가 전원이 물가 전망치를 높여 잡은 결과다. 이들은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원재료 가격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성장률 전망치도 다수가 하향 조정해 2%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었다. 한은의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변수로는 고(高)유가가 가장 많아, 당분간 기준금리 결정은 물가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원 전망치 높였다…2.6% 전망도

[금통위poll]②이란 전쟁, 물가에 먼저 타격…전원 "전망치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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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2%(9명·미응답 2명)는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2.4%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2.6%가 3명, 2.5%가 2명이었다. 지난 2월 한은 전망치와 동일한 2.2%를 전망한 전문가는 1명에 그쳤다. 응답자 전원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2~0.4%포인트가량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존 2.2%에서 2.4%로 전망치를 높이며 "3월 상승률은 예상보다 높지 않았으나 4월부터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공급망과 인프라 시설이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물가 전망치를 2.1%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전망치를 2.5%로 높인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 비중이 약 70%로 높아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와 플라스틱, 건축자재 등 전반적인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다"며 "중동 사태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물가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까지 높인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3월 말까지 전쟁이 이어지면서 비관적 시나리오 초입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역시 4월 이후엔 유가와 환율이 완만한 안정세로 전환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추가 상승 여지를 남겼다.

물가 상승 폭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효과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등 정책적 영향으로 국제유가 급등분이 모두 국내 물가에 반영되지는 않으면서 상승률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봤다.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유가 완충 정책과 수요 둔화가 일부 상쇄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기보다는 완만한 상승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장률 '2% 이상' 기대 줄었다…45%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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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응답자(미응답 2명) 중 6명이 2.0%를 예상해 가장 많았다. 이어 2.1%와 1.8%가 각각 2명이었고, 1.9%는 1명이었다. 전문가 45%(5명)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으면서, 올해 2%를 넘길 것이라는 응답자는 기존 9명에서 8명으로 감소했다. 성장률 전망 상단도 2.2%에서 2.1%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이 성장률을 끌어내린 이유도 결국 중동 전쟁 때문이었다. 한준희 책임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하향 조정하면서 "중동발 유가 충격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 차질·물류 부담 확대 가능성을 동반하고 있어 국내 경제에 내수 위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충격이 최소 3~6개월 정도 지속된다면 에너지 비용 상승이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경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도체 업황, 고환율이 만드는 양호한 수출 실적,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성장률 하락세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추면서도 "양호한 수출 기반으로 하락 강도는 우려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의 추경 편성 규모 확대 등이 성장 제고 효과로 작용해 경기 하방을 일부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경우도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기존 1.8%에서 2.0%로 높여 잡으며 "중동발 대외 불확실성과 건설투자 부진에도 반도체가 견인하는 양호한 수출 여건과 소득 개선에 따른 민간소비 회복 등으로 성장률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결정 변수, 고환율과 물가…"기대 인플레이션 향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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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금리 결정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응답자 13명 중 7명은 1순위 변수로 고유가를 꼽았다. 이어 '물가상승 우려'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당분간 통화정책의 1순위 목표는 물가 안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윤민 연구원은 "금융안정 리스크 우려가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제한하는 리스크로 반영됐다면, 물가 리스크는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움직일 수 있는 변수"라며 "물가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면 한은의 통화정책 대응도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주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현재로서는 물가 안정이 가장 큰 정책 목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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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은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하방 압력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윤여삼 연구원은 "중장기 성장 충격으로 취약해진 내수경기 위축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될 경우 오히려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역시 "이란발 사태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물가압력 확대와 경기 둔화압력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물가상승의 장기화 여부, 이로 인한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때만 중앙은행은 대응에 나서왔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의 향방이 통화정책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연구원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이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면 연내 2차례까지 금리 인상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을 일시적인 수준으로 판단하는지 여부가 정책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가나다 순)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문홍철 DB증권 연구원,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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