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후 총장 재공모 나서
女 과기정통부 장관이어 KAIST 여성 총장 가능성 커져
이광형 현 총장 유산도 이어야
밀어주기 아닌 투명한 선임 절차 개선 필요

[백종민의 딥테크]카이스트 도약, 여성리더십으로 재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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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인 카이스트(KAIST)가 뛰어야 한다. 이제 1년 6개월이나 끌어온 총장 선임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세 명의 총장 후보가 부결되고, 초유의 재공모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은 '성장통'에 그쳐야 한다. 현재 카이스트 총장에 도전 중인 인사들을 지켜보며 기대가 다시 생겨났다.


먼저 주목할 지점은 여성 리더십이다. 첫 여성 이사장인 김명자 이사장에 이어, 최초의 여성 카이스트 총장 탄생 가능성이다. 주인공은 류석영 교수다. 여성 이공계 인재의 활약상은 이제 성숙단계다.

이미 우리는 여성인 임혜숙 전 과기정통부 장관의 등장도 지켜봤다. 여성이 한국 과학, 정보통신, 공학 분야의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한국 대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를 이끌 차례다. 류 교수는 여성인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이 꾸린 부회장단에도 포함됐다. 이는 그가 대외적으로도 리더십을 인정받아 왔다는 방증이다.


교수협의회를 통해 이번 총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류석영 교수의 리더십은 토론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류석영 후보는 지난 3일 열린 교수협의회 추천 총장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논문을 몇 개 썼느냐, 어느 학과가 더 잘하느냐의 내부 경쟁을 할 시기는 이미 끝났다. 우리는 한 팀(One team)이 되어야 한다"며 그동안의 소모적 경쟁을 종식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류 교수는 "세계적으로 안 풀린 문제, 낭만이 있는 연구를 겁 없이 도전해 혁신하는 학생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학부생 출신 후보라는 상징성과 맞물려, 그의 비전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이광형 총장의 '괴짜' 유산을 계승하는 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연임이 무산되긴 했지만, 이 총장의 유산을 지우기보다는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10년 후 달력, TV 거꾸로 매달기, 실패학교 등은 이 총장 괴짜 리더십의 산물이다. 미래학에 대한 지원, 바이오뇌공학과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도 빠질 수 없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며 과감하게 추진한 AI 단과대학 출범도 있다. 카이스트의 마스코트인 '거위'를 방생한 이도 이 총장이었다. 이 총장의 철학을 가장 가까이서 체화하고 훌륭하게 실행해 온 이들도 후보군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미 학내외에서는 류 교수, 이광형 총장을 계승하려는 교수들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필자는 이 중 우수한 인사가 카이스트 총장이 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단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선임 절차다.


현재 카이스트 학내 안팎에서는 선임 과정의 불투명함과 더불어, 특정인 밀어주기나 학연 등을 이용한 인맥의 끌어당기기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존재한다. 아무리 위대한 비전을 가진 훌륭한 후보라 할지라도, 폐쇄적인 결정 구조와 납득할 수 없는 과정에서 선임된다면 그 리더십은 시작부터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필자만의 의견이 아니다. 카이스트신문과 양대 총학생회, 그리고 교수협의회도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제는 학생과 교수 등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투명하게 경청하고 참여를 보장하는 선진적인 선임 시스템을 구축도 고려해야 한다. 누군가를 미리 염두에 두고 억지로 자리를 맞추려 하거나, 해외 석학 영입이라는 명분에 매몰되어 정부의 입김대로 총장을 선임하는 일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 과거 미국에서 영입한 서남표 전 총장 재임 시절 발생한 학생과 교수 자살 사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김현 의원이 발의한 '한국과학기술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런 우려를 담고 있다. 개정안에는 총장 선출 과정에 대학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이지 않는 손을 제한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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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이스트가 겪고 있는 총장 재공모 사태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카이스트를 세계 1등으로 탈바꿈시킬 절호의 기회다. 공정하고 투명한 링 위에서 정정당당하게 경합한 후에는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화합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정한 '원팀'을 이룰 때, 카이스트와 한국 딥테크는 비상할 것이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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