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가족의 의미, 가족의 탄생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3일 아시아경제 해외입양 기획 '잊힌 아이들'의 마지막 회차에서 다룬 국내입양 가족 '시우네' 이야기에 많은 독자가 반응했다. "강인한 가족에 눈물이 난다" "핏줄보다 강한 유대감이 느껴진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응의 결은 비슷했다.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입양을 선택하고, 이후 알게 된 아이의 장애까지 긍정적으로 감당해내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뜻일 테다.


곱씹어보니 묘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축하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를 입양해 가족이 되면 우리는 아직도 먼저 '대단하다'고 한다. 가족의 탄생을 축하하기보다 누군가의 특별한 결단이나 선행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한 셈이다.

가족은 꼭 핏줄로만 완성되는 걸까. 우리는 오랫동안 가족을 혈연으로 설명해왔다. 누구의 성을 물려받았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로 가족의 경계를 그었다. 하지만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재혼가족, 위탁가정, 입양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현실에서 가족은 더 이상 혈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입양가정은 8살 딸이 어버이날에 쓴 편지를 오래 들여다봤다고 했다. "엄마 아빠,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흔히 아이들은 '절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지만, 아이의 편지에는 '낳아주셔서'가 없었다. 부모는 그 한 줄에서 오히려 가족의 본질을 생각했다고 했다.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어도 '피보다 진한 정으로 맺은 인연'이 가족이라고 했다.

시우네를 떠올리면 그 말이 더 또렷해진다. 부부는 시우의 척추치료, 안과치료, 언어·놀이·인지치료를 위해 주 5일 병원을 다니고,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들어도 "그래도 다행이다. 죽는 병은 아니니까"라며 아이를 돌본다. 아이가 '계절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며 올여름에도 가족 여행을 준비한다. 가족은 어쩌면 이런 데서 만들어진다. 피를 나눴다는 사실보다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아프면 돌보고, 좋은 것을 보면 함께 나누고 싶은 일상 속에서 말이다. 입양가족을 대하는 언어는 그래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입양가족은 누군가를 대신해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가 한 가정을 만나고, 한 가정이 아이를 맞아 가족이 되는 것이다.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 유난한 결심으로 소비될 일은 아니다.


지금 새삼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2029년까지 해외입양 0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새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매년 발생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국내 보호체계 안에서 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해 7월 공적입양체계로 전환한 뒤 절차 지연과 병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과제는 따로 있다. 입양을 가족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다. 실제 입양부모들은 국내입양이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와 문화'를 꼽았다. 결국 가족을 혈연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오래된 관념이 제도보다 더 늦게 변하면서 아이들을 기다리게 하는 셈이다.

AD

"부부도 혈연이 아니지만 가족이 되잖아요." 입양가정에서 들은 이 말이 오래 맴돈다. 가족은 혈연의 한 형태일 수는 있어도 유일한 형태는 아니다. 국내 입양가족에 필요한 것은 '대단하다'는 감탄이 아니다. 다른 가족과 다르지 않은, 가장 평범하고도 따뜻한 한마디면 충분하다. "축하합니다. 가족이 되셨네요."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