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거래 133만건 중 4만여건만 정밀분석
가상자산 자금세탁 급증에도 FIU 인력 79명 그쳐
호주 600명·독일 700명대…"인력·인프라 확충 시급"

금융당국이 연간 보고받는 '자금세탁 의심거래' 가운데 실제 정밀 분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100건 중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하는 가상자산 거래와 지능화하는 금융범죄의 속도를 감시 인력과 분석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당수 거래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세탁 의심거래 3%만 '현미경 점검'…"FIU 인력난에 금융범죄 적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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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5년 접수된 의심거래보고(STR)는 총 133만3391건으로 이 중 상세분석으로 이어진 건수는 4만4680건(3.4%)으로 집계됐다. 2020년 4.5%였던 상세분석 비율은 2023년 2.9%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FIU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범죄와 관련된 자금세탁 거래를 찾아내는 역할을 맡는다. 금융회사가 탈세·마약·불법도박·보이스피싱 등 범죄 수익과 관련돼 보이는 수상한 거래를 보고하면, FIU는 전산 및 기초 분석을 거쳐 일부를 선별해 정밀 분석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그 결과는 대부분 검찰·경찰·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 통보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STR 정밀 분석 비율이 3~4%대에 머문다는 건 상당수 의심거래가 충분히 검토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문제의 배경엔 FIU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자리하고 있다. 가상자산과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활용한 자금세탁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거래 규모도 폭증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FIU 정원은 현재 79명으로 이 중 실제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42명에 불과하다. STR 건수는 2006년 2만4149건에서 2025년 133만3391건으로 무려 5420% 급증했지만, FIU 인력은 같은 기간 59명에서 79명으로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해외는 자금세탁방지 기구에 훨씬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호주의 FIU 격인 전략분석센터는 616명, 독일은 754명, 프랑스는 약 200명의 직원을 뒀다. 이는 한국 대비 최소 2.5배에서 최대 10배 수준이다. 직원 1인당 연간 STR 처리 건수도 한국은 약 1만7000건으로 호주(730건), 독일(350건), 프랑스(1000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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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첨단 금융범죄로 진화한 불법 자금세탁 대응을 위한 인력·예산 확충과 분석 시스템 고도화 등 전반적인 인프라 보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인 실소유자 확인, 비금융 부문 관리, 가상자산 추적 등 새로운 위험 요인 증가로 FIU의 업무 범위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력 구조와 데이터 분석 체계로는 의심거래 분석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렵고 불법 자금 흐름 추적은 물론 동결·환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FATF 역시 한국에 FIU 상시 인력 증원과 전산 시스템 고도화를 주요 개선 과제로 권고한 바 있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소 등 새로운 자금 흐름 통로가 급증하면서 자금세탁 위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사전 검사·지도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사후 제재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경제 규모에 걸맞은 자금세탁 방지 체계 구축을 위해 최소 200명 수준의 FIU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란, 북한 등 자금세탁 블랙리스트 국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금세탁 관련 제도와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제적 요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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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U 관계자는 "STR 분석은 고위험 거래를 선별·분석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며 "법인 구조를 활용한 자금세탁, 탈세, 상속 회피 등을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국가 재정 확보에 기여하는 측면에서도 전문 인력 확대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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